오늘 즐거웠던 일은, 내 스스로 즐거웠던일/슬펐던 일을 기록하자고 했던 약속을 지켜낸 것! 최소한 작심3일까지는 해냈다!! 마흔 먹고 처음으로 연속 3일 무엇인가를 해냈으니, 이제는 뭐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슬펐던 일은, 나의 업무적 실수. 익숙한 일이라 설렁설렁 검토하고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복병같은 규정이 떡 하니 있었다. 나를 스카웃하신 실장님 입에서 '급하게 하지마, 불안해'라는 말이 나왔고, 하루가 무슨 정신에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일이 쏟아지는 곳에 서 있을 때, 나는 빠른 속도로 그걸 해치워야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타입이라고 했다. 어떤 본부장님은 나라는 사람은 베짱 좋게 '너는 짖어라'하면서 딴청부리기에는 너무 모범생이라 그렇다고 했다. 그랬던가.
생각해보면 내가 요령이 없는 사람인 것은 진실에 가깝다. 아이큐 3000, 잔머리 4000 이라 불릴만한 인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한 마리 아메바와 같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순진해서 곧이 곧대로 시간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런 습관이 들어버렸다. 내 인생에 가장 큰 트라우마를 남긴 그 악마같던 윗사람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검토하는 것처럼 보이면, '라떼는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았어'라고 하다가 클라이언트 앞에서 되도 않는 질문을 해서 (나름 그것이 스스로를 날카롭고 실력있는 사람이라고 자위할 수 있게 한 자기 최면 같은 것이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그러게 천천히 검토를 해야지'라고 소리치며, 클라이언트에게 '이렇습니다. 호호호'라고 했다. 보다 못한 클라이언트가 '내부 총질 당하는 구나'라고 얘기했더니, 나를 복도 끝에 데리고 가서 무슨 작업을 했는지 묻기도 했다. 중언부언하게 되었으나, 내 결론은 일단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검토하자였다. 뼈대를 잡는 것까지가 전부이긴 하지만, 그것도 속도를 맞춰야 그 여자에게 남은 트집 '꺼리'가 궁색해지니까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아니야. 뭐든 남탓하는 꼴보면서 그렇게 다짐했는데. 나야말로 여즉 그 여자를 떠올리며 반추하고 있다니 징그럽기 짝이없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회사일은 여기까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내일 다시 씩씩하게 출근하고 책상에 앉자. 그 다음은 다시 같은 실수 안 하면 된다. 어렵게 스카우트 해주신 분께, 좀 더 잘해보려고 했던 마음은 나쁜 마음 아니었으니, 이제 그만 자책하자.
책 '자존감수업'에서는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일로는 '퇴근 후 회사 생각 금지'를 추천했다.
일단 퇴근한 후라면, 다음 날 출근 전까지 직장과 관련된 모든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쉽지는 않겠지만, 연습하라고.
물론 그 구절은 회사에서 업무시간 외에도 전화가 걸려올 때 받지말라는 말씀이셨지만, 나는 오늘 내멋대로 나 좋으라고 이렇게 해석해볼까 한다.
일단, 실수는 했지만 퇴근 했으니 그만 슬퍼하자.
내일 출근해서 찬찬히 수정하면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내 탓 그만하자. 나는 최선을 다했다가 실수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