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는 아침에 누군가 어서 일어나기만을 기다린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누군가 일어나 거실 커튼을 젖히면 얘는 이제부터 애교 장전이다. 아침 시간에 이 애교의 대상은 주로 나를 향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모두 외출 준비에 바빠서 그렇다. 오랜 시간 관찰한 결과 개들은 웃을 줄 안다. 개들은 카펫에 머리를 대고 몸을 털썩 그 위에 굴리고 등을 문지르며 엉성하고 뭉툭한 몸짓을 선보인다. 그때의 표정이 이와 혓바닥을 다 드러내 보이며 환하게 웃는 표정이다. 특히 우리 개는 중형 사이즈 비만 말티즈로 아랫 턱 두 개의 깨비 이빨이 웃을 때 훨씬 귀여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몸통은 퉁퉁하고 짤막해서 그 귀여움이 극대화된다.
아침엔 대개 이 강아지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카펫에 등을 마구잡이로 문대며 방금 일어난 나를 한껏 반긴다. 주로 배가 고프니 아침을 내놓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밥을 먹이고 나서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누워 쉬는 모습을 보면 참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고 참 야속하기도..라는 마음도 들지만 오늘은 그 웃는 얼굴에서 왜 어릴 때 키우던 토끼가 죽은 날이 떠올랐을까.
반려동물, 특히 개도 아닌 토끼라는 생물에 대해 잘 몰랐던 엄마는 우리가 학교에 다녀온 사이에 토끼들을 목욕시키려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끼들이 맥을 못 추고 누워 숨만 가쁘게 쉬더란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토끼들은 목욕을 하면 안 되는 친구들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울음이 터졌고 이웃에서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는지 내려와 볼 정도로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 댔다. 그때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 여겨 우리를 무슨 말로 달랠 줄도 모른 채 당황하며 서 있던 나의 젊고 불행했던 그때 엄마의 어쩔 줄 모르던 표정이 왜 오늘 아침 떠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