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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영 Oct 30. 2022

7. 자식 버린 애미

아이를 보냈던 그날 내가 태어나 가장 서럽게 그리고 유일하게 꺼억꺼억 소리 내며 울었던 날이었을 것이다. 

남편은 아이를 시누이집으로 데리고 간다고 했다. 아이는 오랜만에 고모집에 간다며 들 떠 있었고, 엄마가 아파 본인을 돌 볼 수 없어 고모집으로 간다고 생각 하고 있었다. 


그날 마지막 아이의 인사는 “엄마, 고모집에서 몇 일만 놀다가 올게” 였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나는 불꺼진 방에서 하염 없이 없엇다. 하도 소리내어 울어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 였다. 가슴이 찢어지고 세상이 끝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몇 시간 후 걸려온 전화는 나를 또 힘겹게 만들었다. 

시누와 남편의 전화였다. 집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살 때야 함께 지내라고 준 거지만, 이제 내가 혼자 이니 집을 내 놓으라는 것이다. 


이 무슨 어이없는 말인다. 우리집은 LH에서 지원해 주는 신혼부부전세대출로 들어온 집이었다. 그것도 원래 살 던 동네에서 이사를 하려 했으나 지원금 보다 전세금이 더 비싸고 부대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월세도 있었다. 그래서 포기 했었는데 남편이 무조건 동생 동네로 가서 함께 살아야 한다며 입원중에 급하게 알아보고 이사 온 집이었다. 그리고 LH에서 지원해주는 금액 외 보증금은 내가 살던집의 보증금을 빼서 넣은 돈이었다. 그래서 처음 이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쨌든 남편이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위자료를 받거나 집을 받으라고 말이다. 금액상 비슷 할 꺼라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뒤늦게 집을 내 놓으라며 끝까지 치사하게 나오는 통에 그럼 딴년 만나 결혼 한다하니 위자료를 달라고 하니 아무말도 없었다. 그렇게 한 단락 마무리 되나 싶었다. 


그리고 몇 일 후 내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가정법원에 이혼접수를 하러 갔다. 이혼 신청 후 면담 같은게 있었다. 그러면서 왜 이혼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그곳에서의 첫 질문은 “아이가 어린데 왜 아빠가 양육하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이었다. 질문 하시는 분도 여자분이셨는데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지 왜 아빠가 키워 라는 뤼앙스였다. 그래서 내가 수술을 앞두고 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빠가 나을 것 같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남편이 아이가 고모네에서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데 너무 잘 지내고 있다며 미술도 시작하고 즐겁게 지낸 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아이 미술용품을 좀 사서 줘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하여 크레파스, 물감 등 케이스에 담긴 미술도구를 남편에게 사서 주었었다. 그날 시누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식 버린 애미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이런걸 보내? 애미면 아이만 줘도 감사하다고 살아야지 뭐가 잘 났다고 양육비까지 내놓으라고 해. 아이는 내가 잘 키울 꺼니까 만날 생각도 하지 말고 딴 놈 만나서 이 동네에서 나가. ” 라는 내용이었다.

시누도 엄마인데, 우리애와 불가 3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는 딸이 있는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엄마면 자식 버린게 되는 것이고, 아빠는 집나가 애 한테 전화 한통 안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런 모순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 말이다. 원래도 시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리 좋을 것도 없었을뿐더러 시부모님이 안 계셔서 였을까. 아니면 결혼생활을 먼저 해보아서 였을까. 내 느낌에는 시부모님 역할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와는 전혀 반대의 성격에 내가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여자인데 그렇게 꼭 표현을 했어야 할까. 


사실, 나 역시도 자식 버린 애미라는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 했다. 내 건강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임신때부터 아프기 시작한 아이를 치료센터에 그렇게 쫓아 다니고 틱까지 온 상태에서 모든 걸 내려 놓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남편에게 보냈다기 보다는 내가 아이를 놓았다는 죄책감이 많았다. 그랬기에 시누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 했는지도 모른다. 


사연이 어떻게 되었고,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는 여전히 자식버린 애미의 굴레속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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