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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Oct 30. 2023

요가원 방랑기

2020 2, 등록한 요가원은 아쉬탕가 정통 요가원으로 알려진 <트리스타나 요가원>이었다. 새벽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은 모두 아쉬탕가 수업 밖에 없었다. 살면서 아쉬탕가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이미  년째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수업을 들어야 했다. 초급반-중급반-고급반에 따라 진도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보니 처음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자리에 앉아서 앞사람들의 자세를 유심히 살피며 동작을 따라 해야 했다.


한창 킥복싱을 통해 기초 체력을 올린 후라 움직임이 가벼웠는데 그럼에도 동작을 따라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건 거울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이 없는 요가원은 처음 다녔는데, 얼마나 내 꼴이 엉망인지를 보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한겨울에도 밖은 아직 추운데, 요가원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나면 몸에 열이 잔뜩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추운 줄 몰랐다.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코로나가 확산되어 내내 마스크를 쓰고 수련해야 했지만, 나는 그 요가원을 약 2년 동안 다녔다. 아쉬탕가만 내내 하는 것이 조금 지겨워질 때는 하타 요가나 인요가를 하러 다른 요가원에 다니기도 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서 혼자 수련을 하기도 했지만 꽤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이제 진짜 마이솔을 하게 되나 싶었을 때 즈음 이직을 하면서 결국 요가원을 떠나게 되는데…!


이직한 직장 근처에는 마음에 드는 요가원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약 1년 동안 크로스핏을 하며 방황하다 결국 한 곳을 찾아냈다. 회사와는 지하철로 약 15분 거리가 있는 곳의 요가원이었다. 이름은 <목동 하타 요가> 였는데, 이곳 또한 정통 요가원으로 명성이 높았다. 금단증상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쉬탕가 요가에 대한 욕구를 채워 주기에는 이곳 만한 곳이 없었다. 우선 새벽 7시와 낮 12시, 저녁 7시에 마이솔 수업이 열리고 있어 시간대 선택이 자유로웠다. 마침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2023년 1월, 새해였다.


이곳의 특징은 구령 수업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 아쉬탕가 요가원의 경우, 초보자를 위해 선생님이 다음 동작을 쉴 새 없이 읊어주었다면 이곳은 마이솔 클래스만 열렸다. 그러니 정말 아쉬탕가 자체를 처음 접해보는 수련자라면 아쉬탕가 시퀀스의 순서가 적힌 종이를 보며 하나하나 동작을 따라 하며 순서를 외워야 했다. 다소 낯선 수업 방식인데, 인도에서는 진짜 이런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수련자가 동작을 하다 멈추면 선생님이 돌아다니다 자세를 봐주고, 다음 진도를 안내해 주는 방식이다.


매년 인도에서 수련하고 온다는 선생님들 밑에서 수련은 매우 즐거웠다. 각자 요가원에 들어오면 자신의 매트를 편다. 먼저 온 사람은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온 사람은 나중에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호흡이 빠르고, 어떤 사람은 호흡이 느리다. 같은 동작을 함에도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매일 자신의 매트를 마주하고, 매트 위에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동작까지 마무리한다. 오늘도 서서 같은 동작을 이어가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요가원을 나는 매우 좋아했는데, 오래 다닐  없었다. 한 시간 반의 수련을 마치고 한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도 멀었으니까. 다시금 요가원 방랑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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