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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Mar 18. 2024

운동하다 건강 잃은 썰 풉니다

나는 진짜 건강하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 건강함이란 다음과 같다. 지하철 환승을 위해서 계단 두 칸씩 성큼성큼 뛰어오르고 또 내려가면서도 호흡의 변화 없이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체력, 비록 내가 어젯밤에 술을 마셨을지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뜨는 해를 보며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쌩쌩한 신체의 해독능력, 20인치 캐리어 정도는 무거운 티 내지 않고 배에 힘 딱 주고 들어 올릴 정도의 코어와 몸의 근력. 딱 이 정도의 건강함을 얻고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복싱을 시작으로 달리기를, 수영을, 마라톤을, 등산을 하게 된 지 벌써 5년 차. 즐기는 운동의 범위를 늘려나가면서 점차 내가 원했던 건강함을 획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자리한 건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산을 내려오면서 무릎 뒤쪽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 것은. 오래 달리기를 할 때면 왼쪽 고관절이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50m 힘접영을 하고 나면 어깨가 삐걱거린다는 느낌이 든 것은. 분명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아픈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통증이 느껴지고 나서야 비로소 운동을 할 때면 내 몸이 지금 어디가 불편한지를 예민하게 지켜보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통증의 원인은 내 관절의 가동범위가 넓다는 것. 무릎이나 팔꿈치 관절이 유연해 180도 이상 휘어지는 과신전이 일어나곤 한다. 요가를 하면서 신경 써서 다리와 팔을 곧게 지탱해 자세를 유지하려고 해도 힘이 빠지면 어느새 관절은 휘어지고 내 몸의 무게를 관절에 그대로 실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힘을 어디에 주고 있는지 잘 살폈으면 좋았으련만 몸의 위험 신호를 한껏 외면한 결과, 내 몸은 아팠다! 쉴 새 없이 삐그덕 댔다!!!


세상에,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다가 아파지다니! 좀 많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몸을 달래 가며 움직여야 했다. 관절영양제를 찾아보고, 무릎강화 운동을 찾아보고 하면서 통증이 가라앉으면 슬슬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준비운동도 없이 홀연히 나가 뛰고 오던 과거와 달리 뛰기 전에 스트레칭도 하고 장비도 잘 갖췄다. 무릎 보호대를 양 무릎에 착용하고 뛰었고, 돌아오면 폼롤러로 뭉친 부위를 풀어주기도 하면서. 다음번엔 상대적으로 약한 오른 발목에 보호대까지 차는 게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발목 보호대에 온갖 장비를 다 갖추고 운동을 하는 모습은 사실 내 추구미가 아니긴 하다. 스틱 없이 등산화 하나 신고 산을 오르고, 장비보다는 몸의 능력치로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는 무림고수의 이미지가 내 추구미였건만..! 하지만 어쩌나 좋아하는 운동을 조금이라도 오래 하려면 앞으로도 이렇게 단디 준비하고 하는 수밖에. 30년 동안 내내 쉬고 있던 몸뚱이를 급하게 운동모드로 바꿔놓으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음 달 하프마라톤을 위해 쿠팡에서 발목보호대를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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