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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lee Jul 04. 2024

[태국에서 살아남기] Why I'm so lonely

해외에 살아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생 때 방학을 이용하여 단기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두어달 간 살았던 적도 있었고, 휴학을 하고 일본에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갔던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득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해외 거주자의 필연적인 결론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익숙한 모든 것 - 환경, 문화, 가족, 그리고 친구 - 에서 떠나와 아주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써 새롭게 시작을 하는 것이기에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이미 스포일러된 결말 중 하나였다는 셈이다. 그럼에도 매 순간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이 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어쩌면 거의 유일하고도 간단한 동앗줄은 바로 직장 동료들이라고 생각된다. 회사라는 접점, 그리고 함께 근무를 하며 생기는 여러 일들을 공유하고, 공감해 주며 형성되는 유대감까지.

타지 생활을 할 때에, 그리고 심지어 그 곳이 외국이라면 직장 동료들과 친해지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소속감을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동료와의 선, 거리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없이 친해지고 싶고, 회사 바깥에서 만나고 싶다가도 문득 '직장 동료인데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손목을 낚아채고야 만다.

해외에 위치한 직장, 그 안에서의 한국인 팀이라는 특수성은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한다. 그 때문인지 이 팀 내부에서도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종종 보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놈의 걱정 때문에 먼저 나서서 연락을 하려다가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에 덜컥 겁을 먹어 버린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봐도 '직장 동료는 직장 동료일 뿐이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결국 우리는 근무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각자의 일상을 살다가 회사에서만 잠시 만나는 사이일 뿐이라는 내용이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누군가가 친밀감을 표하면 '부담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한다. 또 한 번, 이렇게 내 의욕을 멈춰 세우는 데이터가 쌓인다.


인터넷에서 그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 말을 하면, 그 액면가 그대로만 받아 들이라고. 그러니까,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지레짐작하며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으며 그 가능성만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 역시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많은 시간을 이 불필요한 곳에 허비했고,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불확실성 때문에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연락을 했고, 만나자는 말을 했으며, 실없는 농담을 이어갔다.


단순히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 뿐인데 이렇게까지 비장하게 말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나름 많은 고민을 통해 얻게 된 결론이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이래로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 보는 건 두 번째다. 일본에서의 그 처절한 외로움을 딛고 나는 지금 서 있다. 예전과 비교해서 나는 좀 어떨까. 조금 더 밝고 따뜻한 나라에 있어서 매 순간, 햇빛을 받을 때마다 다정함을 느끼곤 한다. 친해지고 싶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식사 약속을 잡을 정도의 용기가 생겼다. 모든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하나의 경험으로, 하나의 세포로 내 안에서 단단하게 굳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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