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Not OK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노오 Aug 10. 2024

4.동료

일상

 "성과장, 이번주 마감, 얼마나 쳤어?" 의자를 뒤로 눕히 심드렁하게 묻는다. 과연 그는 나의 마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의 마감을 걱정하는 것인가.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내가 아닌 그의 마감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다 됐어요. 몇 개 안 남았어요. 오늘 야근하면, 내일은 얼추 다 끝내 있을 거예요. " 나는 마감을 놓친 적이 없는데, 김 부장, 이 사람은 언제나 나의 마감을 기다다. 본인 마감을 나에게 떠 맡기기 위한 전조임이 분명하다. 물론 처음엔 가능한 한 일을 천천히 하여 나의 마감을 늦추고자 했다. 굳이 내가 남보다 부지런을 떨어 빨리 끝내고, 남의 일까지 떠맡아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이렇게 영리한 머리 씀은 나와는 어울리지가 않음을 깨닫고 그냥 이용당해 주는 쪽으로 마음먹은 지 오래다. 다만, 김 부장이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까 봐 한마디 해볼까 하는데,


<<김 부장님, 저 일하기 엄청 싫어하고, 칼퇴 엄청 좋아해요.>>

 그럼, 김 부장은 뭐라고 할까.

 <<허허허. 뭐 다 그렇지. 근데 마감은 언제 끝나?>>

 독자가 보기엔 어떠한가. 별 다른 불만 없으면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지 아니한가.


 "결제 빨리 올려야 해. 오늘 중으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나의 절대적 시선은 모니터를 향하여 그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지만, 그의 절대적 시선은 나에게 꽂혀 있다.

 

<'알아서 하는데, 지 거나 마감 생각 할 것이지. 왜 나를 항상 잡아. 저 시간에 하나라도 하겠다. 아휴. 저 진상.'>이라고 감히 뱉어냈을 수도 있으나,


"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키보드를 바쁘게 놀리며, 속마음과 달리 응당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여운을 남기곤 한다.


 저 시선을 무시하는 뻔뻔함을 기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김 부장은 한 팀으로 일한 지 3년 조금 넘는다. 일하기 싫어 뺀질거리긴 하지만 제법 나와는 잘 맞는 것 같기도 . 어찌 보면, 주고받고 하는 관계가 잘 맞는다고도 볼 도 있겠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가 꽤나 겹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키도 작고, 각진 얼굴에, 술도 좋아 고, 배가 많이 나와 무슨 이야기든 그 시작은 당뇨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밥의 양을 줄이지도, 술을 줄이지도 않았으며, 운동이라곤 회사 출퇴근을 왕복 2시간 걷기로 대체하고 있었는데, 더운 여름에는 그것마저도 생략하는 듯 했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치 않아 종종 나를 귀찮게 했다는 것 빼곤 순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사장이 젊었을 때 일하던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직속 후배였으며, 그 회사에서 나와 지금의 회사를 창업할 때 김 부장과 뜻을 같이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사장이 전적으로 믿고 신뢰한다고 하는데, 둘이 술 마시는 횟수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듯하다.

 

 우리 팀은 뺀질거리지만 따운 김 부장, 나, 최대리 언니, 그리고 또 다른 직원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정상이나, 인원충원이 되지 않고 있어 세 명이 모든 일을 감당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20년 넘게 청년 실업율과 정부의 대책에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아 보이지만, 현실은 우리 회사와 같은 중소기업은 항상 구인난에 허덕인다. 

 

To. 집에서 여러 이유로 쉬고 있을 청년들에게.

  혹시 그대가 취업을 원하는 중에 있다면 연락하기 바란다. 바로 면접을 잡아줄 뜻이 있으니, 두려워 말고 꼭 이력서를 e 메일로 보내주길.  moveasyoulike@gmail.com






 


수, 토 연재
이전 04화 3.편지-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