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 작품집에 기고시
강물은 바다에 가기 위해 절망한다
가기 전에 절망한다
그래도 결국 간다
멈출 수 없어 절망한다
결국 숙명을 받아들인다
바다로 하나 되어 소금을 내뱉는다 그 짠맛으로 세상을 흘러간다
나는 흘러간다 절망하다 흘러간다 흘러가다 절망한다
아직 한번도 제대로 절망한 적 없다
너무 기뻐 절망한다 절망했기에 시를 쓴다
시를 써서 절망을 이겨낸다
정말 어려움은 미봉착했기에 언어유희를 즐긴다
사람 사는 게 대단해 보여도 별거 아니란 그 말이 좋다 하늘에 별이 떨어지는 건 절망해서가 아니다
뜻 모를 눈물도 나오지 않는 건 그저 살아가기 때문일까
누군가의 절망에 가슴 아파한 적 있는가
겉으론 선을 말하고 뒤로는 거짓인 사람들
절망하지 말고, 절망을 바라보자 직시하자 나의 눈동자를, 아이의 눈을, 흐르는 강물을 보자
절망할 새도 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자, 그렇게 한가하지 마라!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 빨리 죽는 게 차선이라는 우울의 명제, 아니다 절망을 이겨 내는 게 차선,
바다로 흐르는 게 최선, 바다는 푸르다 그 푸른 빛이 절망의 빛깔은 아니다 제각기 절망의 빛깔은
다르다 내가 비록 나약하고 욕망에 무너져도 책을 통해 옳고 그름을 안다, 내 비록 바다에 가기 전에
절망할지라도, 결국 강처럼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잊혀 질 것이다 당신의 아픔과 절망마저도,
그래도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이 강은 바다로 가는데, 별은, 그대의 눈빛은 어디로 강처럼 흘러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