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XX. 나는 작심삼일(?)을 무사히 치르고(?!) 나오는 길이에요. 수영을 다시 시작했거든요.
혹시 물놀이를 무용만큼 좋아하는 편인가요? 귀하가 춤 출 때 짓는 편안한 미소가 물가에서도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물과 다시 친해지려 애쓰고 있어요. 가만 있어보자… 8월 첫 주말에 한 번, 지난 목요일에 두 번, 이번 월요일 저녁에 세 번을 수영장에서 물삯을 치렀으니 진짜 고비를 맞은 셈이지요. 몸으로 하는 일은 대체로 삼세판이 티핑 포인트라 생각해요. 첫 판은 익숙지 않아 감각이 너무 무디고, 다음 판은 조금 익숙해졌다며 우쭐해지기 쉽죠. 세번째 판부터는 적절한 균형감을 온 몸 구석구석에 흩뿌릴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 부터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온 몸에 균형감을 분배해서 유지하는 일은 체력을 많이 소진시키는 일이라 끈기있게 이어나갈 만한 내적 동력이 없다면, 금방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경험상. 수영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던 몸과의 대화. 한때는 대회까지 출전 했던 도전적인 활동이랍니다.
수영을 하면 두 가지가 좋아요. 하나는 소음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물 속에 들어가, 고개를 숙여 딱 1미터만 돌고래처럼 잠영을 해도 느낄 수 있어요. 평소에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가 크게 울려퍼져요. 숨비소리, 심장 근처 대동맥에 피가 흐르는 소리, 귓잔등을 스치는 물방울소리. 땅을 밟고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정신은 맑아지고 고요한 마음을 찾을 수 있게 되요.
또 수영을 하면 좋은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진단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에요. 수영을 하면 내 몸의 어떤 근육에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시뻘건 레인이나, 수영장 모서리를 붙잡고 물 속에서 스트레칭을 할 때.) 물 속에서는 땅바닥을짚고서 하기 까다로운 스트레칭을 꽤 쉽게 할 수 있거든요 몸을 디귿자로 구부린다 거나. 허리를 똑바로 펴고 다리를 시옷자로 핀 채 점프를한다거나. 물에서는 어쩐지 내가 유능한 발레리노가 되는듯한 기분입니다.
사실 어려서 부터 수영을 했던 나로서는, 수영이 학습이나 도전이 요구되는 스포츠는 아니예요. 일종의 루틴찾기라고 해야겠네요. 지금까지잘 해왔던 걸 점검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것을 다짐하기 위한 루틴이랍니다. 아마 몇해 전 두레문예관에 초대받았을 때부터 였을 겁니다. 나는 무대를 응시하며 마음 한 켠이 뜨끈해지는 걸 느꼈어요. 귀하가 내게 건낸 불씨,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건낸 불씨처럼 끈질기게 이어가는 불씨는 바로 ‘춤을 추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수영은 앞으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인 춤을 위한 초석입니다. 몸을 가볍게 하고 근육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수영을 하다보면, 춤을 출 수 있는 몸상태로 들어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나는 당분간 주 긴 시간과 큰 품을 들여 춤을 출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보려 해요. 몸에 집중한다는 게 어쩌면 글을 쓰고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단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월요일은 ‘몸’을 주제로 이야기를 짜볼까 싶어요. 그것을 화요일 아침에 다시 고쳐읽고 점심시간 즈음엔띄워보는 거죠.
다음 주에 이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춤’입니다. 마침 얼마전에 흥미로운 뮤직비디오를 만나 푹 빠져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