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돌아다보면 감사할 일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세 가지에는 특히 감사함이 더 하다. 그것은 여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과 행복한 가정 그리고 안정된 직장이다. 언젠가 아내에게 결혼 당시 내가 직장이 없는 백수였더라도 결혼했겠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안 했을 거라는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보면 한 남자가 가정을 이루는 조건은 신체 건강하고 안정된 소득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다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이 조건이 되어야 소개팅이라도 좀 떳떳하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는 두 가지 중요한 진화의 방식이 있는데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은 잘 알려져 있지만 성 선택은 좀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성 선택에는 성간 선택과 성내 선택이 있는데 성간 선택은 암컷이 수컷을, 또는 수컷이 암컷을 선택하는 것이고 성내 선택은 동성끼리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거나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남자 사람이 여자 사람으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신체 건강한 것은 당연하고 사회라는 인간이 만든 환경에서 밥벌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은 여자 사람으로부터 저 놈을 선택하면 적어도 나와 내 새끼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겠다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성 선택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처럼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출산이 늘지 않는 것과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는 남자 사람이 여자 사람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한국 남자의 부족한 조건을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제3 국의 여자 사람과 맺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의 불쌍한 남자들은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여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안정된 직장을 구해야 하며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싸지만 집이라는 것도 장만해야 하는 눈물겨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하겠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좀 다른 문제이다. 남자는 여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퍼뜨릴 수 없는 조건이지만 여자는 혼자 살더라도 정자은행 등을 통해 성 선택권을 가지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진화론적 방법은 남자 사람들이 여자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쉽게 갖출 수 있게 하는 정책 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결혼이 더욱 어려워진 면도 있는데 좋은 조건을 갖춘 남자 사람들은 역시 자신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여자 사람들을 찾는다는 데 있다. 예전의 미스코리아의 수상 소감 중에는 현모양처라는 단어도 간혹 있었고 미혼의 여성들에게 하는 일을 물으면 신부수업 중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오늘날 이런 얘기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게 분명하다.
나의 삶에서 특히 감사한 세 가지, 건강과 가정, 직장을 다윈의 진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남자 사람으로서 일정 조건을 갖추었기에 여자 사람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조건을 갖추기까지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