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과유불급(過猶不及)

by 장용범

표류한다는 것은 방향성 없이 떠 다닌다는 것이다. 어떤 배가 표류하고 있다면 얼핏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표류와 항해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방향성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나를 이끄는 두 가지 큰 방향이 있다. “글쓰기와 유라시아 대륙”이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이 세계에 점점 더 매료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게 돈이 돼?’

몇 달 전 어떤 선배님이 나의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물었을 때 이 말씀을 드렸더니 바로 돌아온 한 마디였다. 사실 주변의 모든 가치 기준이 ‘기승전돈’ 이긴 하다. 돈이 되면 하고 아니면 않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이다. 하지만 돈을 번다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게 아닐까. 사람에게는 돈이 벌릴 때가 있고, 돈을 지킬 때가 있고,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내 부모님은 평생 사업을 하신 분이었다. 변변한 자본도 없이 오직 두 분의 성실한 노력으로 작은 장사에서 일어나셨는데 아이들이 장성하여 하나씩 당신들 곁을 떠날 즈음 아버지가 덜컥 암에 걸리셨다. 많은 생각이 있으셨는지 아버지는 병상에 계시면서 사업체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으셨다. 그리고 퇴원할 즈음에는 마지막으로 당좌계정까지 해지하셨는데 지점장은 사업자가 사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스스로 당좌계정 해지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축하인사를 건넸다고 하셨다.


돈을 버는 것도 다 때가 있음을 알려 주신 것은 나의 어머님이셨다. 두 분이 젊었을 때는 자신감과 체력도 넘쳐 일을 벌이고 확장시키는 가운데 돈도 꽤 들어왔는데 어느 시기가 되니 아무리 애를 써도 예전처럼 돈은 벌리지 않고 주변의 상황을 극복할 용기나 힘도 줄어들더라고 하셨다. 지인들 중에는 이 시기에 무리하게 무언가를 진행하다 큰 병을 얻거나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보았다며 사람이 재물을 추구하는 것도 어느 시기가 되면 그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주셨다.


요즘 들어 그 말씀이 한 번씩 떠 오른다. 내가 만일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망한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잘하거나, 새로운 직장에 다시 근무해야 한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다행히 나는 나 자신을 조금 안다. 재물에 관한 한 이 정도가 나의 능력치인 것 같다. 그러면 돈 버는 일 말고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돈이라는 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일은 정말 많은 것 같다. 아침 산행 중에 쓰레기를 주워 올 수도 있고, 강의를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면 유튜브나 팟 캐스트로 진행할 수도 있다. 정치를 할 수도 있는데 선거직이 아니라 정당의 당원이 되어 정책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돈이 돼?’ 당연히 돈은 안된다. 하지만 재미와 보람은 있을 것 같다.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은 사람마다 벌 수 있는 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50대 중반에 들어서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스스로 절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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