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용범 Apr 19. 2021

157. 가장 멋진 이별의 말

 줄의 글로 전체를 담아낼  있는 능력을 가진이를 시인이라 한다. 그렇다면  줄의 글로 하나의 영화를 설명할  있는 사람은 시적 감성을 가진 평론가라 해도 좋을 것이다. 빨간 안경으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유퀴즈 출연 영상을 보니 그의 말이 그냥 나오는  아니라 많은 사유와 직업적 충실도의 산물임을   같다. 토이스토리 3편에 남긴 그의 영화  줄 평은 이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위로하는 따스한 잔상을 남긴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고 해서 꼭 누군가의 마음이 변질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다. 어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


이 영화의 엔딩 장면에 앤디(주인)가 장난감 우디(카우보이)를 남겨두고 가는 이별의 말이 ‘고마웠어’이다. 이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좀 더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 나를 남겨 두고 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슬픔 어쩌면 그 시간이 힘들었다면 시원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멋진 이별의 감정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고마움과 감사함일 것이다. 헤어질 때 ‘고마웠어’ 이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이별은 세상의 가장 멋진 이별이다.  


돌아보면 자연스레 멀어졌던 이별들이 있었다. 다시 연락하는 것이 어색한 사이가 된 사람도 있고 연락하고 싶어도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의 이별의 말은 ‘고마웠어’라는 말이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면 좋겠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처럼 그 시절 그 사람이 함께 있어 좋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별에는 자기와의 이별도 있다.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자신의 모습들이다. 10대의 나, 20대의 나, 그리고 30-40대의 내 모습들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나 자신이다. 그들에게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 이별의 마음도 아쉬움, 서운함, 슬픔이 아닌 고마움이었으면 한다.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이 말 한마디를 건네고 나는 지금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훗날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내 인생 전체에 대해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말을 건넬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 <토이스토리 3>의 한 줄 평.


작가의 이전글 156. 서울대 출신의 직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