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글로 전체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이를 시인이라 한다. 그렇다면 한 줄의 글로 하나의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시적 감성을 가진 평론가라 해도 좋을 것이다. 빨간 안경으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유퀴즈 출연 영상을 보니 그의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많은 사유와 직업적 충실도의 산물임을 알 것 같다. 토이스토리 3편에 남긴 그의 영화 한 줄 평은 이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위로하는 따스한 잔상을 남긴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고 해서 꼭 누군가의 마음이 변질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다. 어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
이 영화의 엔딩 장면에 앤디(주인)가 장난감 우디(카우보이)를 남겨두고 가는 이별의 말이 ‘고마웠어’이다. 이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좀 더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 나를 남겨 두고 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슬픔 어쩌면 그 시간이 힘들었다면 시원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멋진 이별의 감정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고마움과 감사함일 것이다. 헤어질 때 ‘고마웠어’ 이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이별은 세상의 가장 멋진 이별이다.
돌아보면 자연스레 멀어졌던 이별들이 있었다. 다시 연락하는 것이 어색한 사이가 된 사람도 있고 연락하고 싶어도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의 이별의 말은 ‘고마웠어’라는 말이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면 좋겠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처럼 그 시절 그 사람이 함께 있어 좋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별에는 자기와의 이별도 있다.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자신의 모습들이다. 10대의 나, 20대의 나, 그리고 30-40대의 내 모습들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나 자신이다. 그들에게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 이별의 마음도 아쉬움, 서운함, 슬픔이 아닌 고마움이었으면 한다.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이 말 한마디를 건네고 나는 지금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훗날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내 인생 전체에 대해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말을 건넬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 <토이스토리 3>의 한 줄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