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애자일 조직을 경험하고서

by 장용범

애자일 조직이 진행했던 최종 보고서를 마침내 완성했다. 기간을 당초에서 2주 정도 더 연장한 터라 막판까지 재촉을 당한 면이 없지 않다. 차리리 내 소속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수월하기나 한데 애자일 조직의 특성상 소속은 제각각이고 특정 이슈에 대한 역할만 분담하는 방식이다 보니 일의 일사불란한 진행이 어려웠다. 애자일 조직의 단점을 여실히 알게 한 좋은 경험이었다. 사람이 모여 일을 하는 조직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크게는 수직적 조직과 수평적 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수직적 조직이 대표이사 아래 여러 부서가 계층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면 수평적 조직은 애자일 조직처럼 특정 사안의 일을 하기 위해 조직 구성은 하되 강한 결속력은 없고 각자의 기능에 맡는 일만 하고 그것을 통합하여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새로 부임하신 대표이사는 애자일 조직을 선호하는 편이라 사내 여러 애자일 조직들이 사안별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내 생각엔 그리 효율적인 것 같지는 않다. 애자일 조직이 잘 작동되려면 그 기능을 통합하는 강력한 권한이 필요한데 사정상 개별 부서가 그 힘을 발휘하기는 좀 어려웠다. 때문에 마지막까지 산출물을 내는데 애를 먹다가 겨우 연장된 기일을 맞춘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애자일 조직은 스스로 원해서 참여한 취미클럽 같은 조직이겠지만 직장인에게는 지금 속한 부서의 일도 바빠 죽겠는데 곁다리로 하나 더 부가된 일을 내 일처럼 처리한다는 게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일을 못해서 그렇지 혼자서 일을 하면 참 편하고 좋다. 어디가 가려운지 내가 알고 내 손으로 긁는 것처럼 정확하고 만족스러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을 구성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내 의도를 상대가 알아야 하고 서로 긴밀한 소통 없이는 내 맘처럼 일을 진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조직에는 라인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학연 지연을 의미하는 라인은 부정적이지만 오랫동안 일로써 맺어진 라인은 위아래의 긴밀한 소통이 전제되어 좀 더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대학원에 들어와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려는 목적으로 동아리를 하나 결성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회원들은 온라인 카페에 자신의 글을 올리고 서로의 댓글로 격려를 주고받는다. 카톡방에서는 글에 관한 이야기와 학업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모임이 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오래가는 법이다. 그리고 스스로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그 조직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현재 운영 중인 글쓰기 동아리를 대학원을 마친 후에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을 구상 중인데 너무 늘어져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타이트하지도 않은 형태가 어떤 모양일지 여러 대안을 떠올려 본다. 대개 이런 구상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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