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일정이 많았던 터라 하루 휴가를 냈다. 점심과 저녁 두 모임이 있었고 오후엔 자기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두는 한 지점장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어 나름 바빴던 하루였다.
# 점심 : 1인 창직과정 종강 파티
모임 장소가 그리스 음식점이다. 좀 일찍 간 탓으로 주인장이 청소 시간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디서 보낼까 하다 특이한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테이블도 갖추어져 당연히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무인 카페였다. 기계 속 여자가 시키는 대로 카드를 넣고 얼음 받고 커피 받아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이젠 카페서 알바하는 청년들도 내보낼 참인가 싶다.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다시 들어가니 강사께서 와 계셨다. 일전에 ROTC 후배라고 문자로 인사드렸던 터라 더욱 반가이 맞아 주신다. 알고 보니 12년이나 차이나는 띠 동갑 선배였다. 잠시 후 게스트로 초청된 두 분의 작가 분이 오시고 함께 수업을 들었던 분들이 한 분씩 참석하여 성원이 되었다. 자신을 집필 여행가로 소개하신 작가분에게 여행작가시냐고 묻자 좀 다른 성격이라고 하신다.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직업이라며 여행작가는 여행을 가서 그 지역을 소개하고 팩트를 써야 하는 일이 많다면 집필여행가는 그에 비해 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라고 했다. 어딘가에 여행을 떠나더라도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글을 쓰고 근처 시장도 가고 지역 사람도 만나면서 그들의 일상에 녹아드는 그런 작가라고 했다. 딱, 내가 그리는 여행과 작가의 일이 결합된 형태였다. 문명연구소 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른 작가분은 글을 쓰되 순수 문학보다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지닌 분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과 역사, 문명 탐구를 통해 일 년에 한 권의 책을 내고 있다는 데 이미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꽤 알려진 분이었다. 상당히 대조적인 성격의 두 작가였는데 앞으로 나의 글쓰기 방향에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낯선 그리스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우리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했다. 그럼에도 공통된 사항은 비록 나이 들고 은퇴는 했지만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 금요일엔 술을 마신다는 금주모임
꼰대 짓의 특징이 하나 있다. 자꾸 가르치려 든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개성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이런 행동은 ‘개저씨’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 중국 찻집 후배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금요일에는 술을 마시자는 금주 모임은 멤버 구성이 무척 다채롭다. 대부분 익숙한 분들이지만 가끔 새로운 이들도 보이는데 어제는 증권사에 갓 입사한 새내기도 있었다. 모이고 보니 50년대, 60년대, 70년대, 90년 대까지 출생연도가 정말 다양했다. 서울 출신의 59년 생 참가자가 초등학교 이야기를 꺼내며 2학년 때 한 반의 인원이 100명이었다고 하자 97년 생이 깜짝 놀란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이 나의 경우에도 80명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베이비 붐 세대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90년 대생의 한 교실에서 그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냐는 당연한 질문에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공부했다고 하자 외계인 보듯 신기해한다. 그런데 증권사 근무한다는 사회 초년생이 와인병을 잡는 모습이 거의 소믈리에 수준이라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와인을 좋아해 대학 다닐 때 와인바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말에 내가 충격을 받는다. 바로 이런 게 세대차인가 싶었다. 내가 20대쯤 유행하던 말이 하나 있다.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김정구’라는 말이다. 박남정은 당시 드문 댄스 가수로 노래를 하며 추는 로봇춤으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이고 김정구는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렀던 원로가수였다. 마음과 몸이 따로라는 말인데 그 박남정이 나와 동갑이었다. 그 이야기를 90년 대생들에게 들려준들 뭔 소리냐고 할 게 뻔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60년 대생이 약간 통통한 90년 대생에게 살을 빼려면 걷기가 최고라고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 아차, 이건 실수다 싶어 내가 중재를 한다. “선배님, 요즘은 가르치려 드는 어른들을 두고 꼰대라고 합니다.’하고 화제를 돌리려 했지만 걷기 운동의 효과에 이미 흥이 난 그분은 좀처럼 이야기를 멈출 줄 몰랐다. 세대를 너머 상대에 대한 예의가 중요한데 좀 아쉬웠던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