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 전쟁의 핵심은 러시아가 얼마나 빨리 전쟁을 끝내느냐에 달려있는데 지금까지의 전황으로 보면 예상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전 세계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고 이제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의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핵 무기에 대한 언급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과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 ‘진공폭탄’까지 사용한 것을 보면 푸틴도 많이 다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젤린스키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있다. 처음 푸틴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그는 전쟁이 일어나고 이내 도망갔어야 맞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뭉치게 하는 대 러시아 항쟁의 중심에 있다. 코미디언 출신의 지지율 낮은 대통령이라고 너무 얕잡아 본 것일까. 갈수록 러시아 군의 사기는 떨어지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 공조는 올라가는 분위기다.
이제 어떻게 될까? 푸틴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하니 조만간 수도 키예프 공격에 최대의 화력을 쏟아부을 것 같다. 그리고 키예프가 그들의 손에 들어오면 휴전 협상에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끝나겠지만 러시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전개 상황은 이렇다.
첫째, 러시아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큰 나라지만 경제규모로 보면 세계 11위이다. 그 위에 10위인 대한민국이 있다(와우!). 현재 뱅크런에 20%대까지 치솟는 금리 수준이면 이 나라는 이미 디폴트 상태라고 봐야 한다. 러시아는 지금부터 긴 고통의 터널로 들어설 것 같다.
둘째, 미국은 이 전쟁으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미국은 정의의 편으로 프레임 씌워져 유럽에서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방산 무기나 LNG가스 등 수출도 늘어날 것 같다. 게다가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힘이 빠지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를 무한정 제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풀어낸 많은 통화로 인해 가뜩이나 인플레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번 스위프트 제재도 러시아의 에너지 자금은 제외시킨 걸 보면 러시아의 숨통은 틔워준 면이 있다. 미국의 속내는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이 꼭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셋째, 우리에겐 좋은 면도 있다.
힘의 공백이 생기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법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믿고 있는 러시아가 점점 무기력 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남북교류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러시아는 유럽 러시아가 어려운 것이지 아시아 쪽 러시아는 좀 다른 양상이다. 동북아에서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 처럼 덩달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금의 러시아에서 당장 푸틴을 대신할 정치적 지도자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정적들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핵무기와 팔 수 없는 원자재를 잔뜩 가진 북한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되었다. 다만 러시아 국민들은 구 소련시절과는 달리 아이폰을 사용하고 넷플릭스를 보며 외국여행을 하는 자유의 공기를 한껏 접한 사람들이다. 언제까지 저렇듯 고립된 상태를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당에서 지정한 인물이 최고 권력자가 되는 중국과는 많이 다르다. 노인들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는 푸틴이 언제까지 권좌에 남을지는 모르겠으나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정권 교체의 열망은 피어나게 마련이다. 그것을 푸틴이 얼마나 누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