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전쟁이 점점 장기화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궁지에 몰린만큼 파괴적인 행위가 더 극렬해지고 있어 민간인의 피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뉴스에 보도된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 파괴된 도시의 잔해들과 포탄의 섬광들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재블린이라는 미사일 한 발은 1억이라고 하는데 50억짜리 러시아 탱크를 파괴하는데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저 돈으로 식량을 구입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이라도 나눠 준다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은 못하나 싶다. 이 전쟁은 누가 이기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줄 것이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을 이끌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의사 철회 등 사전에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외교적 수단들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자주권을 내세워 전쟁에 이르게 했다는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결국 리더의 무능함은 전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하고 만다. 자존심, 자주권이 국민들의 삶보다 더 중요한가에 대해선 쉽게 답을 못 내리겠다. 저 전쟁은 길어지면 질수록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전쟁터가 바로 우크라이나 땅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우리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은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용케 살아남아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다. 게다가 휴전선 위로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버티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민감한 지정학적 입지이다. 만일 한반도에서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 편을 먹고 한 판 붙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럴 일이 있겠냐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수시로 일어났던 일들이다. 한국전쟁은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념을 매개로 한 강대국들 간의 대리전이었다. 오늘날 공산주의가 이념의 막을 내린 마당에 남과 북이 서로 교류하고 통해도 될 시점이지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이후 남북 간 직접 교류에 갖은 방식으로 태클을 걸던 주변국들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좀 더 가보면 임진왜란도 그렇다. 그것은 해양세력인 일본과 대륙세력인 명나라가 한반도에서 싸운 전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 세워진 나라가 힘이 약할 땐 언제든 주변국들이 이곳을 마당 삼아 자기들끼리 싸움박질하고는 떠났던 곳이다.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란 말도 있지만 그만큼 주변국들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는 피곤한 삶이 우리의 숙명이다.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피해야 한다. 정말이지 쥐뿔도 없는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면 마음 같아선 선제공격이라도 해서 정권을 교체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서울 한 복판에 핵무기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핵 발전소에 미사일이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좁은 한반도는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일본은 얼씨구나 하고 미국의 요청으로 한반도 질서유지를 위해 평화유지군을 보낼지도 모른다. 전쟁은 PC방의 게임이 아니다. 한반도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신중하고 민첩해야 한다. 미중이 무력충돌을 한다면 그들의 땅에서 할리 만무하다. 싸움터는 대만 아니면 한반도가 될 것이다. 대체 누가 피해를 입고 답답한 상황이겠는가. 바로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