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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 감사의 효과

by 장용범

어느 진상 손님

점심을 집밥 메뉴처럼 차려 주는 한식 뷔페로 먹었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1만 원 정도는 줘야 식사를 할 정도지만 8,500원으로 나름 가성비가 괜찮은 곳이었다. 맛도 괜찮다 여기는데 한 손님이 주인을 부르더니 짜다 뭐하다 하면서 음식에 대한 타박을 주고 있었다. 그 말을 다른 사람들도 식사하고 있는데 꼭 저렇게 해야 할까 싶었다. 내가 다시 먹어보니 간도 적당한 것 같은데 그 사람 입맛에는 짜게 느껴졌나보다. 식당 주인에게는 한 마디로 재수 없는 진상 손님인 셈이다. 반찬 투정하는 그 손님을 힐끗 보니 얼굴에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다. 삶을 참 피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감사의 표현

언어에는 힘이 있다. ”감사“, ”사랑“, ”우정“ 등 긍정적인 말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증오“, ”미움“, ”혐오“ 등의 말에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언어습관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무심코 쓰는 말에 부정적 언어가 많다면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언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말이 있는데 바로 “감사의 말”이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감사의 장면들을 떠 올려 뇌파를 측정하면 안정된 상태를 보이지만 화나고 억울한 부정적 기억들을 소환하면 뇌파도 요동을 치는 것을 보여준다.

금번 출장길에 동행해 준 선배는 나보다 한 살이 많으셨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신 분인데 이 분의 장점은 예의 바르고 누군가의 은혜를 입었다면 꼭 감사의 표현을 해 주신다. 회사가 출범할 즈음 뒤늦게 합류해 10년 넘게 재직하다 은퇴하셨는데 늦은 나이 입사로 승진 배려는 받지 못했다. 이 분의 차를 타고 출장지를 다니며 우리는 처음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분은 나에게 감사한 마음이 참 많다고 하셨다. 지방에서 상사의 부당한 인사로 마음 상해 있을 때 내가 직접 전화를 건네 위로해 주었을 때도 그렇고 재작년 은퇴 후 무료하게 집에 있는데 생각도 않게 순회검사역 채용공고가 있음을 안내해 준 사실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연배가 있으신 인생 선배로부터 그런 감사의 인사를 들으니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다.


지금도 자신이 이 직장에서 처음 모신 상사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는 말을 듣고 이 분은 스스로 기회를 만드시는구나 싶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상대에게 뭔가 도움을 주었다 여겼는데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서운한 감정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기회가 생겼을 때 이제 그 사람을 떠 올리지 않게 된다. 내가 그 지역 계약직 채용공고를 보고 이미 은퇴한 그분을 떠 올리게 된 것은 나이를 떠나 상사에게 늘 예의 바르고 성실했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건 내가 기회를 주었다기보다는 그분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감사의 효과

감사의 효과가 크다 보니 감사일기를 작성하는 모임도 있고 휴대폰 앱도 생겼다. 지금 내 인생이 괴롭고 힘들다면 감사일기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 부정적 감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막상 감사일기 쓰기를 권하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이 모양인데 감사할 게 뭐가 있냐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렇게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도 감사할 일인데 싶다.


더 높이 성장하고 더 많이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런 사람에게는 감사의 마음이 마치 현실에 안주한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은 여러 가지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세바시에서 양자컴퓨터의 세계를 들었는데 물질의 극소 단위인 양성자의 세계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인간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결국 물질이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니고 떨어져 있다고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몸은 마음 따라 움직이니 몸이 자동차라 하면 마음은 운전자인 셈이다. 감사 중 최고의 감사는 내가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한 감사이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 어둠과 물질인 광대한 우주에서 내가 생명을 지니고 태어나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 사실을 수용하는 방식은 내가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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