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그냥 하다 보니
우리의 하루는 목표를 세워서 하는 일이 많을까 아니면 그냥 하는 일이 많을까? 내가 보기엔 그냥 하는 일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목표를 세워서 하는 일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이번 주 100개를 처리해야 하는데 오늘 20개까지 한다는 것은 혹시 다른 곳에 가 가 있을지도 모를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목표를 세우고 가용한 자원을 투여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이라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목표는 늘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할 당면 과제기도 했다.
하지만 은퇴한 지금은 목표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일단 현역시절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할 목표라고 할 게 드물다. 그런데도 목표에 대한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자꾸 삑사리가 난다. 마치 걸음을 걷는데 오른발, 왼발의 보폭과 속도를 일일이 지정해서 걸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은퇴자는 목표를 보는 마음을 현역과는 좀 달리 가져야 한다.
지도보다는 나침반
현역 시절의 목표 관리법이 지도 위의 한 지점을 가야 하는 정밀한 수준이라면 은퇴자의 목표는 방향성 정도만 정하는 것으로 하자. 현역의 목표 달성 기한 이 언제까지 정확한 날짜를 정하는 수준이라면 은퇴자는 기한도 좀 여유롭게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급해도 3일 정도는 여유를 가져보자. 시간에 대해 너그러우면서도 길은 제대로 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은퇴자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 같다.
되면 좋고 안 되어도 할 수 없고
너무 나른한 자세라 여겨지는가? 나이를 먹고 보니 세상의 일은 힘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되는 일도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어라 식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하기는 하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일이란 게 된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안 되었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님을 아는 까닭이다. 나는 나의 역할에 충실할 뿐, 일이 되고 안 되고는 그분에게 맡긴다는 자세가 마음이 편하다.
작은 도전을 즐기자
은퇴자는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은 피해야 한다. 잘 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 같은 일들을 벌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도전이 없는 인생은 지루하다. 그러니 소소한 작은 도전들을 즐기자. 그것이 비록 금전적 보상이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 이러한 도전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기를 가져다준다. 이를테면
100일 글쓰기나 아침 운동, 3개월 안에 수도권 전철 모든 종점 다녀오기 등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사진이나 글로 블로그 등에 기록으로 남기자. 경험은 공유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인생엔 정답이 없다.
답을 찾지 마라. 인생에 정답은 없다.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든다._박웅현의 <여덟 단어> 중에서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내가 가는 길이 나의 정답이다. 선택했으면 그것에 몰입하고 잘 가꾸어 정답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그러니 오늘을 보고 살자. 어제는 지나갔다. 매우 화려했을 수도 있고 회한이 깃들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나갔다. 그리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불안할 수도 있고 희망에 찼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오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을 살자. 특히 은퇴자의 하루는 오롯이 자기를 위해 써도 되는 인생의 드문 시간들이다.
이렇듯 은퇴자는 목표와 일을 대하는 마음을 좀 너그러이 가져야 한다. 꼭 달성되지 않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지금은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