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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호 May 20. 2020

코로나19가 가져온 뉴 노말

코로나19의 등장 이후로 전 세계의 수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는 많지만, 대부분은 정복할 필요가 없기에 정복하지 않은 바이러스이다. 전염력이 높지 않거나 치명도가 낮은 바이러스는 인간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 적절한 전염력과 치명도로 인간 사회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정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복은 아직 요원하고,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수 세기 동안 지구의 지배자로서 거리낌 없이 행동해왔던 인간은 정말 오랜만에 목숨을 위협하는 경쟁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 및 지구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 상대는 사실 초면(初面)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전투를 했고, 수없이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했던 상대 중 하나이다. 바이러스의 주요 전략은 우리 내부에 본인도 모르는 스파이를 심고, 스파이가 새로운 스파이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인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스파이가 눈에 너무 띈다. 기침을 하고, 열이 나고, 숨을 못 쉬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인간은 스파이를 색출하여 따로 모아 두고, 바이러스를 멸망시킬 백신과 치료제라는 핵폭탄을 만들어 끝내 승리해 왔다.


다만 이번 상대는 우리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이 자신들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도록 진화해버린 것이다. 과거에는 초등학생도 구분할 수 있는 스파이였다면, 지금은 진단 키트를 들이밀지 않는 이상 드러나지 않는 스파이가 존재한다. 그 숫자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스파이를 찾아내 격리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새로운 스파이가 생겨 버린다. 인간은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자신들이 다른 동물보다 발전할 수 있었던 근간인 ‘사회’를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또한 과거 시민들이 국가로부터 목숨 걸고 얻어낸 ‘자유’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거나, 국가가 직접 나서서 강제로 회수했다. 자유와 사회를 일찍 포기한 국가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생존했으며,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나서야 결국 상대를 인정하고 자유와 사회를 포기했다. 그제야 바이러스의 공격은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인간의 차례가 돌아왔다. 인간은 핵폭탄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지금까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켰지만, 자신의 생존에는 무관심했다.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생존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종의 생존에 대하여 물음표를 던졌다. 생존에 대하여 난생처음 걱정하게 된 인간은 당황하여 우왕좌왕했지만, 결국 그동안 누려왔던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더라도 살아남는 것을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인간의 본질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뉴 노말의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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