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무언가 생각해보기

by 제인더베스트

오래되다.

시간이 길다는 것. 이 말에는 오직 시간의 변화만 담겨있다.

낡다.

어떤 대상과 긴 시간 동안 함께했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것을 나타내는 흠집이 생기거나, 상태가 나타나는 것.


오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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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 낡은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단지 오랫동안 나와 함께인 것들.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습관이 될 수도 있고, 살아가면서 내가 접하는 모든 것에는 오래된 것이 존재한다.



오래된 사람

나에게는 오랜 친구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며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많게는 15년도 더 넘은 친구들.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은 편안함을 선사하는 친구들.


재작년에 SNS를 통해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 하나와 연락이 됐다.

그 친구에 대해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고 그렇게 몇 년은 그 친구에 대해 잊고 있었다.

어느 날, DM을 받았다. 그 친구였다. 내가 먼저 팔로우를 해서 메시지를 받은 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그 친구 특유의 말투로 나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를 부르는 닉네임도 여전했다.

우리는 마치 계속 연락하고 지낸 사이처럼, 여전히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며 나누던 대화처럼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우리는 만났다. 보통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과 '얼굴 한번 보자', '밥 한번 먹자'는 그냥 하는 인사치레지만, 이 친구와는 정확히 두 달 뒤 만났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11월 어느 날, 광화문 할리스커피.

그 친구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내가 잘 찾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멀리 서봐도,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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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했다.

중학생 때 그 친구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덕분에 나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를 위해 케이크를 샀다며 건네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구경시켜주고, 미리 알아 온 맛집에 데려가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에 데려가 맛있는 음료를 맛볼 수 있게 해 준 그 친구. 사회에 나와서 만난 친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봐왔기에,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나를 위한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우리 둘만의 티키타카로 대화를 나누며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친구야, 항상 고마워.


오래된 노트북

나는 기계를 자주 바꾸는 편이었다.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 건 아니고, 고장이 난다. 내 손안에 들어오면 정확히 6개월이면 고장이 났다. (아직도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은 달랐다. 2015년에 산 노트북. 지금은 같은 브랜드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노트북이 고장 나면 부품이 없어 수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 당시 큰돈을 주고 산 노트북. 그래서인지 더 소중했다는...ㅎ

이 노트북이 지금 사용한 지 7년 차가 되어가면서 사실 배터리도 당장 교체가 필요하고, 프로그램의 시작이 느려지는 불편함이 생겼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동생은 얼마 전에 같은 브랜드의 신제품을 구입했다. 확실히 다르다. 외관상으로도 그렇고, 기능도 다양해지고, 무엇보다도 빠르다.


하지만 난 내 노트북이 더 좋다. 오래돼서 느려 터지고, 자주 충전을 해야 되는 내 노트북이 좋다.

이 노트북만이 가지고 있는 타자 소리가 좋고, 이 노트북이 주는 무거운 느낌도 좋다.

그래서 노트북을 새로 사고 싶은 마음도 지금은 없다. (우리 애가 느리긴 해도 할 건 다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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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뿐 낡은 건 아니다. 이 노트북이 얼마나 더 나와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나에게 편안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주는 내 오랜 친구다.


오래된 습관

'나에게 오래된 습관이 있나?' 한번 생각해봤다.

너무 오래되어서 이미 익숙해져 버렸기에 떠올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하나 떠올린 것이 모닝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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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한 그 순간부터 아침식사에는 커피를 항상 마신다. (약 10년 동안 꾸준히 아침식사는 커피와 함께!) 처음엔 잠을 깨기 위해 아침에 마시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졸리는가에 관계없이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마셔야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 모닝커피는 에너지 드링크의 존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내 일상에 에너지 부스트를 가동해주는, 그런 존재. 습관이 일상이 되어버린 좋은 현상이다.


내가 자발적으로 만든 이 습관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무엇이든 안 좋은 것들이 더 빨리 나 자신에 스며들기 마련인데, 그중에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습관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안 좋은 습관도 많다. 나도 사람이기에. 하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어야지.)


오래된 노래

실제로 '오래된 노래'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다. 이 노래도 내가 참 좋아한다. 요즘 매일 듣고 있는 노래 중 하나.


전에도 잠깐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이돌 노래를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 듣는 경우가 없다고 보면 된다. 과거부터 계속 듣던 노래. 나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좋아한다. 새로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더라도, 오래전에 이미 발매된 노래가 대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 집에서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항상 음악과 함께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음악을 듣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어왔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트로트부터 내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들, 팝송, J-POP, 지금은 스페인 노래도 듣는다. 평소엔 모든 장르의 음악을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랜덤 재생하며 흘러가는 대로 듣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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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끔, 옛날 노래가 생각날 때가 있다. 90년대 노래들은 물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매된 7080 노래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라 그런가 히히) 어느 순간부터 가사를 집중하며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70년대, 80년대 노래들의 가사 속에서 주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지금과는 달리 음질은 좋지 않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의 감성이 있다. 오래된 감성, 그것이 주는 편안함이 좋아졌다.

과거에는 몰랐던 오래된 노래들이 주는 메시지가, 이제는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쫌 나이가 들었다 이거지 ㅋㅋㅋㅋ) 7080 노래를 들으며 괜히 기타도 배워보고 싶어 지고 (언젠간 꼭 배워야지), 또 '이런 가사는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혼자 상상도 해보는 습관도 생겼다. 부모님과 노래로 공감을 할 수 있고, 물론 옛날 노래를 많이 안 덕분에 내 나이보다 10년 더 많게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ㅋㅋㅋㅋ


아무튼, 오래된 노래가 앞으로 더더더더 오래된 노래가 되겠지만, 그것이 주는 감성은 여전할 것이다. (가끔 카세트테이프 시절이 그립다.) 지금 아이돌 음악에 익숙한 친구들도 더 나이가 들어, 오래된 노래가 좋아질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편안함을 더 찾게 되기에, 자연스럽게 오래된 노래를 찾아서 오래오래 듣게 될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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