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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 Jul 10. 2023

아기 냄새


둘째 온이는 어릴 때부터 새콤달콤 고릿한 여러 냄새를 풍겼다.

깔깔 간지럼을 태우고 일어나 세상의 새로운 것들을 마구잡이로 알아가던 돌 무렵. 실컷 놀고 낮잠을 자기 전 제철 과일을 간식으로 먹곤 했다.

폭신한 침대에 아이와 함께 누우면 내 팔베개를 받친 아이의 정수리에서 톡 쏘는 땀냄새가 났다.

귀여운 볼따구에 코를 갖다대면 과일의 포도당과 침냄새가 섞인 고유한 향취에 세상이 온통 나른해지곤 했다.

겨우 걷는 아이가 아장아장 책을 가져와 무릎에 앉으면 허벅지가 포근하고 머리칼은 얼굴을 간지럽힌다. 더불어 코끝에는 발효된 와인향이 났다.

부모와 함께 하는 독서 시간을 아이가 사랑한다지만, 그 순간의 황홀경은 부모의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남편이 아이와 목욕을 하다 어른 샴푸로 아이의 머리를 빡빡 씻기었는데 그 후로 그 냄새는 사라졌다. 아이의 머리에 몇 번이나 코를 들이대며 체념과 원망의 눈길을 보내는 내게 남편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첫째를 어린이로 키워낸 엄마라면 잘 안다.

일정 시기에 이르면 더 이상 하지 않는 아깃 적 행동, 모습, 촉감, 냄새가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것인지를.

남아 있는 아이의 냄새를 찾아 킁킁 대다, 아직 하나 남은 고린내. 아기의 것이었다가 이제는 어린이의 것이 되어가는 발냄새를 소중히 마음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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