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포르투갈 - 완벽한 여유와 다양성 (2)

조아웅이 말하는 포르투갈

by 마싸

1편의 "나의 포르투갈 Best"에 이어 2편에서는 리스본에 대한 이야기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 등이 이어집니다.

사진은 직접 찍은 것.




아하하하.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하다니... 왠지 친숙한 이야기인데.

마지막으로, 리스본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줄래? 지방 출신으로 리스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살았는데, 리스본은 뭐가 좋아?

내가 리스본에서 좋아하는 첫 번째는 빛과 전망이야.

런던, 마드리드, 파리 같은 수도는 대도시잖아. 건물도 크고 많고, 높고. 그래서 거리가 어두워, 그림자가 지거든. 리스본은 집들이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하고 높질 않아. 그래서 오래된 골목에 햇빛이 더 잘 들어. 그 풍경이 참 좋지. 교통체증과 붐비는 것, 터무니없는 집값은 정말 싫지만, 리스본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구직해서 집을 얻는다면, 정말 좋을 거야.

리스본은 7개의 언덕의 도시야. 높낮이 차이와 햇빛 때문에 리스본의 풍경은 더 특별해.

리스본의 아름다운 전망을 보려면 상페드루 드 알칸타라 전망대Miradouro Sao Pedro de Alcântara와 자르딩 두 토렐Jardim do Torel을 추천해.

알칸타라 전망대에서는 상조르즈 성과 리스본 중심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내려올 때 바이루알투 쪽으로 오면서 둘러보면 좋아. 푸니쿨라를 이용하면 올라가기 아주 편해. 투렐공원은 비교적 한적한 편으로, 리베르다드Liberdade 거리와 중심가를 내려다볼 수 있지. 아래쪽 테라스에는 카페도 있고, 여름에는 야외수영장도 열어.

리스본지하철 파란색(Azul)라인 Restauradores 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바로 푸니쿨라 타는 곳이 보인다. 편도/왕복으로 요금을 지불하거나, 리스본 종일교통권 이용가능.
짧은 푸니쿨라 구간 후, 바로 나오는 상페드루 드 알칸타라 전망대


여름에는 전망대 테라스에 각종 음식을 파는 간이 부스도 설치되고, 까페도 있다.


두 번째는, 붐비는 곳의 붐비지 않는 때야.

리스본에 살 땐 관광지나 너무 붐비는 곳은 사실 잘 가질 않았어. 붐비는 곳을 별로 안 좋아했거든.

난 바이루알투Bairro Alto 지역을 참 좋아했는데, 목, 금요일은 정말 붐벼. 그래서 나는 월요일에서 수요일 사이에만 가곤 했지. 그때는 바이루알투 지역이 아주 조용해서, 약간 멜로 드라마틱하고 슬픈 느낌을 자아내. 목 금요일이 붐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대조가 된다고 할까. 외로운 사람들, 조용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거지. 그 정서를 즐기는 거야. 멜랑콜리한 느낌. 포르투갈 사람들은 파두의 정서가 있거든. 좋을 때 항상 약간은 슬픈 기분이 꼭 같이 드는 거야. saudade의 정서이기도 해. 내 친구 하나가 이야기하길, 월요일과 화요일은 슬픈 밤, 오직 외로운 몇몇 영혼들만이 술을 마시네 라고 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느낌이야.

(*소다드saudade는 단순히 번역하자면, 그리움이나 보고 싶다는 말이고, 대화에서도 이런 맥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단순히, “그리움”과는 다르다는 것이, 내가 만난 포르투갈인들의 공통적인 설명. 어떤 언어건, 다른 외국어로 옮기면, 원래의 정서나 뉘앙스가 전달되기엔 한계가 있는 고유의 단어가 있는데, 포어에서는 소다드가 그런 단어다. 조아웅에게 소다드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소다드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통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쓰이지. 하지만, 좀 다른 의미야. 누군가를 그리워한다miss 라는 것은 동사쟎아. 포어에도 동사로 그리워한다를 쓸 수 있어. Sinto a tua falta. (나는 너의 부재를 느낀다.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다드는 명사야. Eu tenho saudades tuas (나는 너에게 소다드를 가지고 있어.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소다드는 네가 가진 어떤 것, 짐burden 과 같은 거야. 네가 지고 있는 슬픔, 더 이상 거기에 없는 사람이나 어떤 것 때문에 빈 채로 남아있는 공허함 같은 거지.”)



리스본 Night Life의 허브, 바이루알투 지역. (리스본 구심 São Roque 교회 남서쪽 일대). 점심 무렵, 평일에는 전형적인 리스본 서민 거리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론, 리스본의 서민 거리와 서민음식이야.

내가 주로 다닌 곳은, 싸고 좋은 음식이 있고 무척 붐비지만, 그냥 전형적인 지역 주민들 식당이어서 관광객은 가질 않는 곳이야. 전형적인 리스본 서민 음식이랄까.

깔사다 산타나Calçada Santana길에 있는 식당들을 자주 갔어. 깔사다 산타나는 바로 10분이면 리스본 중심가인 로시우Rossio인데, 로시우가 완전 붐비는 번화가이자 관광지라면, 여긴 진짜 리스본 로컬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두 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여기서 태어났고, 포르투갈의 16세기 대시인 까몽이스가 여기서 숨을 거두었지. 아직도 거리 일부는 15세기 느낌이 있어. 아말리아와 까몽이스의 집들도 아직 있어. 집들이 진짜 작은, 전형적인 구 리스본 느낌이야. 5~6백 년은 된 집들이라고! 붐비는 곳 바로 가까이에, 이렇게 한적하고 로컬들이 있는 느낌이 정말 대조적이지.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서로 다 알아, 인사하면서 서로 안부를 물어보고, 리스본인데도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 있어.

알파마 지역만 해도 오래되었지만, 무척 관광지화 되어 있는데, 여기는 달라.

이 거리에 있는 식당은 한 10개 정도 되는데, 다 비슷해 - 작고, 푸짐하고, 전형적인 리스본 서민 식당이지.


오래되고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빨래가 널려 있는 정겨운 거리, 깔사다 산타나. 꽤 오르막길이다.


깔사다 산타나에서 내가 가던 곳은 알란테르나 A Lanterna 라고 작은 데야, 이 길의 99번지에 있어. (*2018년 7월 현재, 공사 중 혹은 폐업상태이다) 정말 작아. 테이블은 3개 정도 될까. 5유로 정식에, 2유로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이야. 파타니스카쉬 드 바까야우 Pataniscas de Bacalhau라고 바까야우살에 (*바까야우 : 아래 식당과 음식 부분 참조) 계란, 파슬리, 양파를 섞어 잘게 썬 후에, 튀기는 건데, 내 입맛엔 여기가 최고야. 다른 식당서도 이 메뉴는 많이 파는데, 보통 원가 때문에 바까야우가 많이 안 들어가 있거든. 여기는 그렇지 않아. 바까야우를 많이 넣어서 진짜 실해. 아로즈 드 페이자웅Arroz de Feijão (*강낭콩을 위주로, 양파, 토마토 등을 넣어 요리한 밥) 도 맛있어. 가격이 싸면서도, 음식이 아주 좋아. 정말 로컬 플레이스야. 리스본 한복판에서 시골 가격이랄까. 자주 갔었지. 단골이기도 했고, 내가 행여나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다른 식당에 간다고 한다면, 왠지 식당 주인아주머니를 배신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하하하하.


그라사Graça도 멋진 지역이야. 오래된 구역이고, 리스본에서 제일 높은 언덕 위에 있지. 상조르즈 성Castelo de Sao Jorge에서 가까워. 여기도 리스본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 중의 하나야. 산타 그라사 전망대Miradouro de Santa Graca가 뷰포인트인데, 리스본 중심가 전체를 볼 수 있어.

그라사 지역은 좁은 길에, 빵집과 식당들이 있는데, 주로 지역주민들이 많이 와. 내가 갔던 곳은 파키토Paquito 라고 역시 아주 작은 곳이야. 3.5유로에 진짜 푸짐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어. 나도 어떻게 그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하는지 모르겠어. 리스본에 살 때 여기 많이 갔어. 매일 메뉴 구성이 조금씩 바뀌고, 와인 한 잔은 50센트였지. 아마 지금은 좀 올랐겠지? 테이블이 2개밖에 안돼. 밖에서 서서 먹기도 해. 아, 그런데 추천할 만한 곳인지는 모르겠네. 그러니깐, 내가 여기 살 때 자주 가던 진짜 조그마한 집 앞 식당이었거든. 나는 여기가 편하고 음식이 맛있고, 가까워서 자주 갔는데, 관광객들에게 추천하고 하려면 좀 더 그럴 듯?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하하하하하. 정말 평범한 리스본 사람들이 편하게 가는 동네 식당이거든!

그라사 보다 좀 덜 알려지고, 좀 덜 붐비는 데는 세뇨라 두 몬트 전망대Miradouro da Senhora do Monte 인데, 여기서 보는 석양이 정말 아름다워.

그라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리스본 풍경.


관광객인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꽤 "동네같은" 느낌의 그라사 지역.





음식과 식당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겠어?

Tia Alice

Avenida Irmã Lúcia de Jesus 152, 2495-557 Fátima

아주 작은 곳인데, 음식이 아주 맛있어. 오랫동안 미슐랭 스타 식당이었는데, 30년 넘게 메뉴가 똑같아서 최근에 뺏겼다고 들었어. 아마 세계에서 제일 저렴한 미슐랭 스타 식당일걸. 비텔라사다vitela assada (송아지 구이), 아로즈 아 트라스몬타냐Arroz à Transmontana (콩, 야채, 고기, 올리브 오일로 요리한 밥)가 별미야. 그리고 아로즈 드 파투Arroz de pato (오리고기와 포르투갈 소시지를 넣고 요리한 밥) 도 아주 맛있어. 바까야우는 포르투갈 식당마다, 가정마다, 개인마다 나름의 레시피가 있는데, 이 식당 바까야우도 아주 맛있어. 감자, 양파를 같이 넣고 오븐에 넣어 요리하는데, 훌륭해. 메뉴는 5~6개밖에 없이 정말 간소해도 맛은 다 좋아. 예약을 미리 하는 편이 좋아.

(*바까야우Bacalhau 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와, 그것으로 만든 요리를 뜻한다. 명실공히 포르투갈의 소울푸드이자 국민 식재료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 포르투갈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국가/지역에서 흔히 먹고, 포르투갈에만 천 가지가 넘는 레시피가 있다고 하며, 집집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다고들 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우선 달팽이! 맛있어. 프랑스의 에스카르고는 좀 큰 달팽이고, 포르투갈에서 먹는 달팽이는 이보다 좀 더 작은데, (정말 그냥 달팽이야!) 끓이거나 르푸가두를 베이스로 한 스튜처럼 먹어. (*Refogado : 올리브 오일과 양파를 기본으로 토마토나 파슬리 등을 추가하여 볶은 베이스) 남부에선 꽤 많이 먹고, 리스본에서도 달팽이 하는 식당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요리된 달팽이. 이쑤시개로 콕 집어, 동그랗게 말아 쏙 빼먹는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 생치즈/버터/토스트와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Há는 "~가 있다"라는 뜻, caracóis까라꼬이쉬는 달팽이. 여름이 시작되면 ("냉면개시"마냥) 달팽이가 있다는 전단지를 식당에서 붙이기 시작한다. 보통 테이크아웃도 가능.


그리고 돼지 귀, 돼지 발 요리, 특히 고수를 넣은 돼지 발 요리도 정말 맛있어.

아, 그리고 내 고향 음식은 아니지만, 같은 중부지역 음식인데, 소파 드 페드라Sopa de pedra (돌수프)도 추천하고 싶어. 돌수프는 구전동화랑 관련이 있는 건데, 아마 다 아는 이야기일걸?! 옛날 옛날, 어떤 수도승이 길을 가다가 마을에 들러 음식을 청했는데, 아무도 주지를 않았대. 그럼 돌수프나 해 먹어야 되겠군 하면서, 누구 큰 냄비 좀 빌려줄 사람 없소 하니, 누군가 냄비를 빌려줬지. 수도승은 자기 가방을 뒤적뒤적해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니, 그걸 냄비에 넣고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어. 사람들이 호기심에 하나둘 모여서 보다가, 이게 정말 수프가 된단 말이오 하고 물어보니, 수도승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여기 양파만 조금 넣으면 더 기가 막힌데 말이오 하니, 누군가 냉큼 양파를 가져다주었지. 그다음엔 똑같은 식으로 당근, 고기, 소시지, 소금, 후추 등등의 재료를 얻어 끓이게 되고, 훌륭한 수프가 완성되지.


푸짐하고 걸죽한 돌스프. 다 비우고 나면, 돌 덩어리가 나온다 (감자처럼 보이지만, 스프색깔로 물든 돌덩이!)

(*옛이야기에서 착안해, 재치 있게 맛있는 요리를 선보인 “돌수프”

- 리스본이나 포르투갈 른 지역 레스토랑에서도 가끔 돌스프 메뉴를 찾아볼 수 있으나, “돌수프 식당 마을”도 있다. 춘천 닭갈비 골목이나, 대구 막창골목처럼, 돌수프식당들이 주욱 모여있는 곳인데, 렌터카로 자차 운전을 할 경우가 아니면 가기 어렵다. 차로 간다면 리스본 북동쪽 90km 정도 떨어진 알메림Almeirim이란 마을을 찾아가면 된다. 차로 리스본에서 약 1시간 20분 소요되고, 리스본에서 토마르나 코임브라 올라가는 길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가면 좋다. 가는 길에 들리거나 돌수프를 꼭 먹어야 되겠다고 하면 상관없지만, 굳이 돌수프를 먹기 위해서만 가기엔 좀 애매할 수도 있다. 내가 가본 곳은 O Toucinho (Rua Timor 25, 2080-095, 2080-095 Almeirim) 이란 식당이다. 방문 당시 꽉 찬 식당에 관광객은 1도 없어 보였고, 다 포르투갈 사람이었다. 식당 내부도 좁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데, 불편하다긴 보단, 아늑한 느낌이다. 각종 고기, 소시지, 야채 등이 들어간 아주 걸쭉하고 푸짐한 돌수프에 빵을 찍어먹으면 별미다. 양이 많고, 푸짐해서, 1인 1 수프는 좀 힘들고, 둘이 갈 경우, 서로 다른 메뉴를 하나씩 시켜서 같이 먹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 수프볼을 싹싹 비우면, 마지막엔 짠~하고 돌멩이 하나가 덩그러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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