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샛길러라고 불러다오.
자꾸 딴길로 새는 게 내 병이다. 집중하다가도 문득 딴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에 빠져들면 처음 하던 일의 목적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약을 먹으면 한결 나아지고, "아 참, 목적지가 여기였지" 하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할 때와 클라이밍할 때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작업 기억력'이라고 하더라. 생각의 순서가 A→B→C→D로 이어져야 할 때 중간 단계들을 자꾸 놓쳐버린다. 그래서 한 번씩 앞뒤를 잇는 고리를 잊어버리곤 한다. 지금은 그나마 연습 덕분에 좀 나아졌지만, 아직 일반인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이런 내 모습이 <사랑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라는 만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디저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워낙 먹는 걸 남들보다 백배 천배 만배 더 좋아하다 보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디저트 역시 일반인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한다. 지식도 많고 말이다.
나도 그렇다. 약과 훈련 덕분에 꽤 많이 좋아졌지만, 아무리 딴생각을 줄이려 해도 여전히 남들보다 훨씬 많이 삼천포로 빠지긴 한다.
ADHD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는 많이 떠오르지만, 그걸 끝까지 끈기 있게 물고 가는 건 아직 내게 어렵다. 하나를 잡고 쭉~~~ 가는 게 중요한데, 그게 쉽지 않다. 결국 일의 완료가 중요한데도 중간에 흐름을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제 문제를 인지했으니,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어떻게든 끝까지 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꾸준한 연습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