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하는 소비자도 지갑을 여는 순간
요즘 커피 한 잔이 사치처럼 느껴지지는 않나요? 물가가 오르면서 커다란 지출보다는 작더라도 확실한 만족이 주목받았어요. 영화관에서 재미없는 영화에 2만 원을 쓰고 아까웠던 경험, 반대로 좋아하는 연예인의 굿즈를 웃돈을 주고 사도 뿌듯했던 순간이 그 차이를 보여줍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 2025 소비자는 돈을 쓰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확실한 만족을 원합니다. 소비는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는 가장 손쉬운 위로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2025년 소비가 작은 사치만으로 설명되진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신중히 고르는 쪽으로 이동했죠. 절약을 넘어 절제를 위해 무지출 챌린지, 현금소비가 또 하나의 유행이 됐어요. 지금 내 돈을 어디에 써야 확실할까라는 냉정한 기준을 세운 결과였습니다. CU·GS25의 저가 원두커피, 이마트 5천 원 이하 생필품 신규 PB브랜드 ‘오케이프라이스’처럼 생필품 브랜드들은 절제형 소비자 지갑까지 열려고 새로운 가성비 제품들을 우후죽순 출시했어요. 뷰티업계도 미니 틴트같은 초미니 화장품을 출시해 제품 가격을 낮췄고요.
절제형 소비자도 지갑을 닫기만 한 건 아니에요. 대신 확실한 효용이 있는 곳에 집중했습니다. GS25의 2천 원대 원두커피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것, 이마트·롯데마트 PB 생필품이 꾸준히 매출을 늘린 것 모두 같은 이유죠. 대형 브랜드가 관리하는 실패할 확률 적은 안전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오래 쓰는 제품에는 과감히 지갑을 열었어요.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삼성 비스포크 가전, 정관장 건강기능식품처럼 장기 효용이 보장된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싼 물건을 여러 번 사는 대신, 한번 사고 오래 쓰는 것도 절제의 방식이였죠. 구매하기 보단 아예 구독·렌탈 서비스를 선택하기도 하고요. 콘서트장 멀리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카메라 성능이 뛰어난 갤럭시 S25 울트라를 단기 렌탈하거나, 여행 때 다이슨 슈퍼소닉 드라이기를 빌리는 식으로요. 직접 소유하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쓰는 거예요. 절제형 소비자는 불확실성은 걸러내고, 확실한 효용에는 투자한다는 전략적 태도에 맞춰 브랜드들은 소비자 지갑을 열었어요.
소비자가 작은 사치를 고르는 이유는 자기 위로와 보상 심리였습니다. 힘든 하루를 버텼다는 증거, 나를 챙겼다는 감각이 브랜드 상품으로 번역된거죠. 반대로 절제형 소비는 실망을 피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영화 티켓 값은 아까웠지만, PB 생필품은 후회가 없는 것처럼요. 결국 소비자는 지갑을 열 때 감정적 확실성을 원했습니다. 작은 사치든 절제든, 확실성이 필요한 건 같아요.
소비자는 이제 소유 자체보다 경험의 설계에 반응했어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에 줄 서는 이유, 한정판 전시를 찾는 이유는 제품을 가지기보다 “그 순간을 살아봤다”는 경험을 사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브랜드는 상품보다 경험을 먼저 팔았고, 팝업과 전시 경험 안에서 한정 제품을 팔면서 소비자에게 특별하다는 기분을 선사했어요.
2025년 소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가치 기반의 동맹이에요. 삼양식품의 친환경 패키징 라면, 아모레퍼시픽의 리필 화장품 캠페인, 로컬 작가와 협업한 무신사 한정 굿즈는 단순 제품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감각을 주었습니다. 소비자는 물건만 산 게 아니라, 그 브랜드와 가치관을 함께 산 거예요.
2025년 소비는 작은 사치와 절제라는 양극에서 출발해, 경험·가치라는 언어로 확장되었어요. 소비자는 후회 없는 확실성을 원했고, 브랜드는 그 확신의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집중했고요. 결국 지갑을 열게 한 건 가격표가 아니라, 만족을 보장한다는 신호였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지갑을 열고 있나요? 저는 우선 맛있는 커피 한 잔 살래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라이즈가 모델인 메가커피에서요.
10화까지는 국내 소비재를 통해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지갑을 열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연재에서는 해외 무대로 시선을 넓히려 합니다. 일본 드럭스토어의 장수 전략, 대만 편의점의 신상품 전쟁, 유럽 브랜드의 친환경 포지셔닝까지―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가 소비자를 설득한 방식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라이킷과 구독은 집필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