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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Apr 24. 2022

끝이 안 보이는 터널 걷기

석사학위논문 집필 기록

 5개월째 주말마다 울면서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2022학년도 1학기 석사학위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논문 작성 마감일은 한참이 지났다.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구하여 아직 본고를 집필 중이다.


 논문 주제는 스스로 정했다. 그 전에, 대학원생이라는 것도 스스로 택했다. 내가 자처하여 선택한 길이지만 생각보다 버겁고 지친다. 차라리 학교에서 1교시부터 8교시까지 풀로 일주일 내내 수업하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힘들다.


 내가 택한 연구 주제는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다. 물론 주제의 큰 틀은 국어 교육이지만 내가 연구하는 주제가 앞으로 활발하게 사용될 수도, 역사의 뒤켠으로 스러질 수도 있다. 


 맨 처음 정한 주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하디 뻔한 문학 교수학습 방안에 대한 연구였다.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지금쯤 벌써 완성하고 발표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논문이므로 미래지향적인 연구 주제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나중에 완성된 석사 논문을 읽었을 때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었다.


 1월 말에 보내드린 논문 계획서를 시작으로 3월부터 꾸준히 초안을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검토를 받았다. 정말 수 없이, 대차게 까였다. 맨 처음 보내드린 초안은 지금 봐도 처참하다. 약 8번째 수정본을 보내드릴 때만 하더라도 교수님께서는 이대로는 절대로 발표를 못 할 것이라고 단언하셨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약간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시다.


 지금은 초고를 10번째 수정중이며 이미 엊그제 보내드렸어야 할 10차 초안을 아직 붙들고 있다. 내일이면 교수님을 찾아뵙고 정식으로 인사드리며 심사를 부탁드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다 완성해야만 한다.


 교육대학원은 일반대학원에 비해 수업도, 과제도 빡세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국어교육전공은 타과와는 다르게 반드시 석사논문을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다. (무논문 졸업이 가능한 타과가 사실 너무 부럽다.)


 비록 평일보다 주말에 더 잠 못자고 스트레스 받는 인생을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지만, 이번 연구 논문 작성을 계기로 분명 내가 가진 역량이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대학원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는 내 자신이 안타깝고 불쌍하여 논문 집필의 고통을 몇 자 글로 남긴다. 잘 마무리 될 경우 지금 느끼고 있는 극심한 피곤함, 고통은 다 아름답게 추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터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지금 이 터널을 모두 통과하여 밝은 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을 현재의 목표로 삼겠다. 이 길을 끝내고 나는 다시 새로운 교훈을 얻어 앞으로 지도할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영감을 줄 것이다.

 


괴롭고 절망하고 울부짖는 동안에 인간은 자란다.
자라면서 모든 것을 얻고 또 잃어버리고 그러는 동안에 인생을 알게 된다.

울지 마라. 행복은 사금처럼 가벼이 날아가 버리지만 불행은 두고두고 네 마음 속에서 인생의 문을 열어 주는 귀한 열쇠가 되리라.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中, 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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