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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Jun 07. 2024

성숙함이란 무엇인가

기버: 베푸는 삶



윗집에는 초딩 세명과 그들의 부모님이 산다.

그 부모는, 우리가 아이들 때문에 시끄러울까

우리에게 늘 미안해하신다.


​​

그래서 가끔 제철 과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시곤 하는데,

재밌는 건 막상 우리는 그 초딩들에 대해

불편함을 전혀 못 느낀다는 거다.


​​

끽해봐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다다 뛰는 소리가 5초 정도 들린달까?

보통은 위에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윗집뿐만이 아니라 아랫집도 옆집도 윗집도

소음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명절이면 5만원이나 하는 기프티콘을 보내시거나,

계절이 바뀔 땐 한가득 과일을 갖다 주시거나,

(종이봉투 위에 붙은 아이들의 편지는 덤이다.)

어제처럼 고구마튀김 같은 맛난 음식을 주실 때면,

(이것도 거의 한 대접을 주셨다.

직접 만드신 것 같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왠지 마음이 말캉하고 따듯해진다.



우리는 한사코 괜찮으니 안 주셔도 되며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다고 하지만,

끝끝내 마음을 전하는 윗집이다.

(우리도 무언가 받으면

비슷한 가격의 기프티콘으로나마 보답하고 있다.)

베풀 줄 아는 삶, 배려와 감사가 있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윗집의 모습이 인상 깊다.



몇 주전 결혼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한 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때, ‘성숙함’이란 무슨 뜻인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

상담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역할을 성실히 해내며,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

자연스레 자신의 삶도 잘 살아가는 사람”


​​

내가 만약 윗집의 부모였다면,

그렇게까지 오랜동안 아랫집을 배려하고,

미안해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돈이 됐든 자료가 됐든 마음이 됐든

털끝 하나, 10원 한 장, 몇 분의 시간마저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나는 과연 어디쯤 서있을까.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내가 바라는 성숙함과 내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

주변인에게 나의 어떤 것을 아까워하진 않았나.

그 어떤 것을 아껴, 결국 나는 행복했는가.

마음이 편안했는가.


​​

흔히 말하는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분들을 보니 새삼 느끼는 게 많다.

어렵게 생각 말고 일단,

나도 그런 이웃이 되어야겠다.

그런 맘씨 좋고 따수운 아랫집이, 윗집이,

옆집이 되어야겠다.

+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이웃을 만나다니.

참 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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