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버: 베푸는 삶
윗집에는 초딩 세명과 그들의 부모님이 산다.
그 부모는, 우리가 아이들 때문에 시끄러울까
우리에게 늘 미안해하신다.
그래서 가끔 제철 과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시곤 하는데,
재밌는 건 막상 우리는 그 초딩들에 대해
불편함을 전혀 못 느낀다는 거다.
끽해봐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다다 뛰는 소리가 5초 정도 들린달까?
보통은 위에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윗집뿐만이 아니라 아랫집도 옆집도 윗집도
소음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명절이면 5만원이나 하는 기프티콘을 보내시거나,
계절이 바뀔 땐 한가득 과일을 갖다 주시거나,
(종이봉투 위에 붙은 아이들의 편지는 덤이다.)
어제처럼 고구마튀김 같은 맛난 음식을 주실 때면,
(이것도 거의 한 대접을 주셨다.
직접 만드신 것 같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왠지 마음이 말캉하고 따듯해진다.
우리는 한사코 괜찮으니 안 주셔도 되며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다고 하지만,
끝끝내 마음을 전하는 윗집이다.
(우리도 무언가 받으면
비슷한 가격의 기프티콘으로나마 보답하고 있다.)
베풀 줄 아는 삶, 배려와 감사가 있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윗집의 모습이 인상 깊다.
몇 주전 결혼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한 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때, ‘성숙함’이란 무슨 뜻인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상담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역할을 성실히 해내며,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
자연스레 자신의 삶도 잘 살아가는 사람”
내가 만약 윗집의 부모였다면,
그렇게까지 오랜동안 아랫집을 배려하고,
미안해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돈이 됐든 자료가 됐든 마음이 됐든
털끝 하나, 10원 한 장, 몇 분의 시간마저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과연 어디쯤 서있을까.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내가 바라는 성숙함과 내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주변인에게 나의 어떤 것을 아까워하진 않았나.
그 어떤 것을 아껴, 결국 나는 행복했는가.
마음이 편안했는가.
흔히 말하는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분들을 보니 새삼 느끼는 게 많다.
어렵게 생각 말고 일단,
나도 그런 이웃이 되어야겠다.
그런 맘씨 좋고 따수운 아랫집이, 윗집이,
옆집이 되어야겠다.
+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이웃을 만나다니.
참 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