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가끔 나에 대한 짤막한 일기를 적는다. 오늘의 주제는 내가 ‘웬일로’ 짜증 내지 않고 아빠 일을 도운 것과, 열심히 여행 준비를 한 것에 대한 오빠의 낯선 마음이었다. 오빠는 내가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버럭 화를 낼까 초조했다고 한다. 그 조마조마함이 일기의 초반부에 잘 담겨 있었는데, 내가 평소 귀찮은 일에 얼마나 짜증을 냈으면.. 하고 어쩐지 미안해졌다. 그래서 오늘은 차분하게 지낸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답답해하거나 짜증 내지 말고 얌전히 아빠를 도와줘야지’ 다짐했는데, 이런 사소한 마음의 태도 하나하나가 오빠에겐 영향을 크게 미치는구나 싶었다. 아마 오늘같이 작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도, 오빠를 옆에서 보고 조금씩 배웠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뭐가 그렇게 낯설었어ㅜㅜㅋㅋㅋㅋ 나 은근 차분한 사람이야^^
그러다 마지막 문단을 보고 마음이 선덕선덕 해졌다. 나도 쉽게 지나치는 내 모습을 인상 깊게, 그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봐준 것에 고마웠다. 그리고 날 때부터 대문자 T를 물고 태어난 남자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도 재밌고 감동이었다.
오빠는 자기가 아주 다정한 사람이란 걸 알까?
요즘 이유 없이 손발이 차서, 이부자리에 누울 때면 두 손은 오빠의 팔뚝에, 두 발은 오빠의 허벅지에 척 올려놓는다. 내 딴엔 살짝 열받으라고 하는 장난인데, 오빠는 매번 “아잇~”하고 말아 버린다. 말투와는 다르게 얼른 데우려는 듯, 나를 더 깊숙이 품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