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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Apr 18. 2024

연애 6년차, 한창 사랑할 시절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돈 벌러 간 우리 오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이런 톡이 왔다.




기염둥이 비니야.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웅덩이가 많아. 좁은 길을 지나는데 앞에 노부부가 있어서 빨리 못 가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할머니가 할아버지 쪽 웅덩이를 발로 팍 차더라고. 물을 맞은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째려보더니 사랑스럽다는 듯 손을 잡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뭔가 우리 같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나이 들어도 저렇게 장난치며 행복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연휴에 같이 있고 싶을 텐데 항상 이해해 줘서 고마워 비니야, 사랑해.




지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니. 세상에,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오빠는 나 몰래 사랑꾼 학원을 다니는 것 같다. 나는 좀 웃기는 구석이 있어서 오빠가 어딜 나간다고 하면 그렇게 아쉬워하다가, 막상 나가면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도 잘 논다. 이런 모순적인 나를 걱정하며 예쁜 말로 가득한 인사를 전하다니.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데, 나는 이상하게.. 점점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호르몬에 역행하고 있는 걸까? 어제도 문득 연애를 시작한 지 벌써 햇수로 6년차임에도, 계속해서 애칭이 새로 생기고 바뀌고 하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둘 사이에 생겨난 애칭만 해도 열 손가락이 한참 넘는다. 아마 두 사람은 모여 손가락을 맞대어야 할 거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참 많구나.




달라지는 애칭에 애정도 추억도 아끼는 마음도 가득가득 담기는 것 같다. 오빠처럼 아름답고 귀한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이방인으로 나타나 온 일상을 아득한 행복으로 휘젓고 있다. 그 앙큼한 이방인을 앞으로도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2023.5.28 결혼을 앞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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