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듣는 노래
어느 시대에나 유행하는 노래가 있기 마련입니다. 클래식이나 국악도 한때는 대중음악이었다죠. 대중음악은 이름 그대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노랫말과 멜로디, 리듬이 특징입니다. 사춘기 이후 반골 내지는 청개구리 기질을 가진 저는 항상 사람들과 반대로 걷고 말하는 데서 제 존재의 의의를 찾았습니다. 똑같은 길을 걸으면 반드시 경쟁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승리하고, 다른 누군가는 패배합니다. 저는 주로 후자 쪽이었습니다.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겪었던 저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노래 역시 남들이 잘 듣지 않는 인디 음악, 해외(영미권이 아닌) 음악을 찾아 들었습니다. 남들이 잘 모르는 음반을 소유하면 짜릿해서 자랑하고 다녔죠. 하지만 시간이 자니고 보니 그중 오래 남는 노래는 많지 않더군요. 많이 듣고 오래 가는 음악은 결국 제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였어요. 이 노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눈에 어리는 지난 얘기는 추억일까/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 날 밤/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다시 내게 돌아와 줘 기다리는 나에게로/그 언젠가 늦은 듯 뛰어와 미소 짓던 모습으로/사랑한 건 너뿐이야 꿈을 꾼 건 아니었어/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 걸
이승훈 1집 노래 ‘비 오는 거리’는 1997년 발표된 곡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곡을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들어봤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듣습니다. 들을 때마다 좋습니다. 비 올 때는 부러 찾아서 듣고, 비가 오지 않더라도 가끔 청승 떨고 싶은 밤이면 이 노래를 반복 재생합니다. 시종일관 반복되는 리프의 기타 연주도, 여린 듯 떨리는 이승훈 씨의 노래도 여전합니다. 들을 때마다 지겨운 게 아니라 새롭게 느껴집니다.
특별하게 색다른 구성도 아니고, 노랫말이 깊은 것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멜로디와 구성, 노랫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게 대중가요의 매력이겠지요. 가끔 유튜브에서 이승훈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서 보기도 하지만, 음반 녹음본보다는 매력이 덜합니다. 간결하고 단정한 외모의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놓는 듯한 이 분위기는 오로지 원곡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라이브에서는 템포가 다소 늦거나 목소리의 떨림이 유독 심하게 느껴집니다.
흔하디흔한 대중가요를 듣다 보면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됩니다. 글을 꿈꿨던 중학생 시절부터 저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전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천재도 아니었고,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것도 아니었어요. 남들이 아는 만큼만 알고, 모르는 건 몰랐습니다. 지극히 대중적인 인간이었던 거죠. 한때는 내가 이렇게 지루하고 식상한 사람이었구나 싶어 실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제 장점이 될 수도 있겠더군요. 제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비슷하다면 글을 쓰거나 업무를 볼 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동떨어지지 않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니까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는 건 결국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할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눈앞에는 이제 수백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셈입니다. 그 앞에서 이제 자신 있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웃고 울며 박수치는 그 순간에 바로 당신의 예술이 존재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