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간접체험
최근 카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휴무인 월요일은 대관을 하고 있지만 매주 있는 일은 아니다. 서로의 일정이 맞아야 대관이 이루어진다.
대관이라고 하면 문을 열어준 뒤 촬영이 끝나면 문을 닫아주는 것 말고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촬영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기한 뒤에 정리정돈을 하고 다음날 영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관이 있는 날은 정신이 없다. 게다가 새벽까지 촬영을 하게 되면 그 주의 체력은 완전히 바닥이 난다. 쇼핑몰과 웹드라마 촬영 등은 카페에서 진행을 해봐서 지금은 처음 대관 협의를 할 때보다 약간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대형 영화는 처음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촬영 장소는 카페는 아니었다. 카페 바로 앞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 장소를 빌려주신 사장님께서 영화 제목과 촬영 일정을 알려주시며 그동안은 일찍 문 열고 늦게 닫아서 매출이라도 좀 늘리라고 언질을 해주셨다. 매출이고 뭐고 바로 앞에서 영화 촬영을 한다니까 설레었다. 앞 가게의 간판도 바뀌고 영화 세트장으로 변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 너무 신기할 따름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혹시라도 우리 카페의 커피를 마시지는 않을까 하며 어떻게 하면 홍보를 할 수 있을까 라며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카페는 배우들과 감독 및 영화의 주요 스태프들의 대기실로 사용되었다. 바로 앞이 촬영장이었으니 화장실과 대기실로 적합한 공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배우들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대화를 하니 마치 나도 그 영화의 한 부분에 일조한 것 같아서 즐거웠다. 근처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언제 또 할 수 있는 경험일까 싶어 살짝 호구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은 사라지고 배우들의 팬심으로 사심을 채웠다. 게다가 생각도 못한 엔딩 크레딧에도 카페 이름이 올라간다고 하니 이것 또한 신기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하필 영화 촬영이 있던 그날 다른 쇼핑몰 촬영 대관과 일정이 살짝 겹쳤지만 고맙게도 영화 촬영 현장을 같이 구경하며 양해해주셨다. 밤샘 촬영으로 스탭 간접체험을 하게 되어 정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체감했다. 그 많은 스태프들이 세트장을 다른 공간처럼 만들고 철거하는 작업까지 앞에서 보니 정말 고생이 많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내가 본 것은 극히 일부겠지만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고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쉬운 일이며 힘들기도 하다는 것도..
아직은 영화 촬영이 많이 남아있다고 들었다. 영화가 개봉해서 영화관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영화는 당연히 대박 날 듯하고 영화와 함께 카페도 대박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