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너를 힘나게 하는, 치유의 비타민은 뭐가 있어?
<딸과의 여행>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
콘크리트 장막에
숲 속 작은 오솔길이 열렸다.
회복과 쉼,
위안과 평안의 손을 마주 잡고
더 깊은 사랑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숲 속 작은 오솔길이
사랑의 통로가 되는 일만 남았다.
빠르게 보다는 느리게
두 발짝 보다는 한 발짝
딸보다,
내가 먼저
다가서련다.
- 충주,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 -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작가가 운영하는 ‘깊은 산 속 옹달샘’에 다녀왔다. 고3 중간고사가 끝나고 지친 딸과 삶의 무력함에 지친 아빠가 함께했다.
시험을 끝낸 딸을 태우기 위해 학교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자동차 소음이 불협화음을 넘어 조화로운 소리를 만든다. 삶이란 의외로 단순하다. 어떤 소리에 치중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화엄경의 핵심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삶에 지쳐, 잠깐 떠나기 위해 주차장에 서 있지만, 학생들의 재잘거림에 왠지 모를 기운을 차리게 된다. 시험 끝난 홀가분한 이들의 목소리에 에너지가 실렸나 보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딸이 시야에 들어왔다. 친구와 헤어지며 맑게 웃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다소 지친 모습이지만 얼굴은 끝냈다는 시원함이 묻어있다.
“아빠,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금방 왔다.”
“우리 어디로 가요?”
“충주에 있는 옹달샘”
“옹달샘?”
“아빠가 좋아하는 분이 운영하는 휴식과 쉼을 위한 공간이다. 식사할 때 종을 치면 밥 먹다 잠깐 멈춰야 해”
“왜요? 종은 왜 치고 밥 먹다 왜 멈춰요?”
“너무 앞만 보고 달린다고, 잠깐 쉬는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야”
“아, 네. 아무래도 좋아요. 떠난다는 게!”
집에 들러서 옷가지를 챙기고 출발했다. 2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둘 만의 오붓한 여행이다. 딸의 재잘거림에는 그침이 없다. 심심하지 않아 좋고 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다. 가끔 충고와 조언의 말을 하게 되는데, 이날 만큼은 그 자체도 멈췄다. 내 말이 아니라 딸의 말만 듣고 싶었다. 끊임없는 재잘거림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말이 끊어지기도 전에 벌써 도착했다.
이곳은 아내랑 와본 곳이기에 낯설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고 숙소로 들어섰다. 딸은 아담한 방 공간에 만족했고 옷을 갈아입더니 어느새 조용해졌다. 눈꺼풀이 두꺼워 보이더니 이불을 베게 삼아 잠이 들었다. 쉬지 않고 이야기하더니 힘들었나 보다. 며칠간 시험 스트레스와 함께 운전하는 아빠 옆에서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더 재잘거리며 잠의 유혹을 이겨낸 것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생각의 깊이가 나보다 깊다. 이래서 맏딸인가? 막내인 나는 모르겠다.
코 골며 잠자는 딸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화창한 날씨에 맑은 공기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 풍요는 혼자가 아니라 딸과 함께여서다. 누군가 나와 동행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과 평안을 느끼게 된다.
이곳 음식은 정결하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건강식 위주의 식단이 세상에 쌓인 노폐물을 걸려주는 필터 역할을 한다. 거부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감사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이 어둠을 편안하게 맞이하게 한다. 릴랙스 체어에 누우니 밤하늘이 내 안에 들어선다. 자연의 위대함에는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영혼이 치유의 비타민을 마시는 느낌이다.
“딸, 여기 어떠니?”
“너무 좋아요”
“뭐가 좋으니?”
“홀가분한 마음도 들지만, 아빠랑 단둘이 있어서 더 좋아요”
“......”
할 말이 없어졌다. 평소 근엄한 표정이 내 얼굴이다. 얼굴엔 미소가 사라졌다. 소위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얼굴이다. 또한, 살갑고 정 깊게 반응하지 못한다. 훈육과 지적질이 생활이 된 내 모습을 알기에 딸의 이 한마디 “아빠랑 단둘이 있어서 더 좋아요”라는 말에 뭉클해졌다. 깊은 옹달샘에서 잔잔한 울림을 받았다. 표현 한 마디가 이렇게 중요한데 그 말 한마디 따뜻하게 못 해주는 나를 보며 ‘참 못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보는 밤하늘처럼 주어진 앞날이 깜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언제나 빛나는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이 어둠을 밝혀준다. 딸! 너는 언제나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역할도 하지만 너 자신이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를 더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