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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Dec 13. 2019

아기는 왜 울까?

 
"지성인으로서의 삶의 핵심은 질문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다." 조한별의<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중 이명현 교수의 추천사  
  
오늘은 49번째 생일이다. 12.12 기억하기 너무 좋다. 숫자만 보면 군사쿠데타의 아픔이 먼저 기억난다. 그 당시 희생당한 분들도 있지만, 어느 누군가는 생명을 얻고 세상에 나온 날이기도 하다. 세상에 나와 첫 번째로 외친 단어가 '응애'였다. 왜 하필 응애라며 울까? 기쁨의 표현이 더 나을 듯한데 태어나면서 왜 울까?
  
아마도 그 울음은 세상에 대한 첫 질문일 것이다. 우리는 운다고 생각하지만 아기들은 묻고 있다.

'왜? 나를 이곳으로 보냈나요?'

하지만 이 물음을 이해하는 부모는 없다. 울지 말라고 보듬어 주며 막고, 먹을 것 주며 입을 다물게 한다. 결국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아기가 평생에 걸쳐 찾아야만 한다. 인류가 끊임없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질문은 지적 호기심과 연계된다. 호기심이 단초가 되어 질문이 만들어진다. 질문도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기에 창조적 뇌의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두려워한 이들이 많다. 지배 권력이 얼마나 지적 호기심을 경계하고 두려워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진 시황제 시대의 분서갱유, 중세시대의 금서 지정 및 출판 억제, 현대의 언론 탄압과 인터넷 통제 등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왜 이들은 두려워했을까? 그 두려움의 본질은 호기심이 질문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위를 따듯하게 해 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  
  
호기심과 질문이 연결되면, 수동적인 삶이 능동적으로 바뀌게 되어 농노가 아닌 시민의 삶을 요구하게 된다. 오직 일만 하는 의무만 존재하던 시대를 벗어나 세금을 내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민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왜?라는 의문과 함께 호기심의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이 불덩어리가 질문을 만나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생각이 바뀌고 신분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질문일 수 있겠다. 질문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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