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지리산 여행길(첫째 날)

둘레길 5코스(동강에서 수철)

by 글 쓰는 나그네

이번 둘레길 여행은 함양군 동강마을에서 산청군 마근담 마을까지로 잡았다. 작년 홀로 1~4코스까지 완주했고, 이번엔 든든한(?) 아들과 함께 5~8 코스로 길을 잡아, 지리산을 둘러싼 7개 시군 중 4개(남원시 → 장수군 → 함양군 → 산청군)를 완주할 계획이다.

[동강마을 입구 이정표]

동강마을을 지나 6.25 때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모신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에서 격동기 한국사의 아픈 과거를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은 묻는다. 왜 이 분들이 죽어야 했냐고?

그 시대의 시대적 배경들을 설명하려 하다가 그냥 접었다. 나의 얕은 지식으로 깊이 있는 설명이 쉽지가 않았다. 다만 아둔한 정치의 암흑기로 인한 순수했던 시골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었다고만 말했다.


[모두 모두 비켜라!]

아래로 쭉 뻗은 대로를 향해 포효해보고 싶었나 보다. 땀 흘리며 힘들어하던 모습에서 잠깐의 활기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걷고 또 걷겠지만 그러려고 이 길을 가는 것이기에 힘든 길이 고생길이 아닌 고행길이라고 생각하기에 힘겨운 만큼 큰 깨달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정표를 놓쳐 어르신들께 묻고 물어왔지만 산 중턱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헤매게 되었다. 헤맴도 잠시 아내가 고이 준비해 준 오이 하나 먹고 해맑게 웃고 있는 부자의 모습을 셀카로 담아 봤다.

[우린 부자다!]

이번엔 길을 잃었을 때 네이버 지도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둘레길 코스를 벗어났을 때 위치정보를 통해 어두운 밤하늘 길을 밝혀주는 북극성과 같이 갈 길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이른 시간에 당초 목표인 수철을 지나 산청읍 부근까지 내려왔는데 민박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년 1~4코스 구간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때의 호황이 지나서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보게 된다. 아들이 6시간을 걸으며 지쳤나 보다. 불평이 점점 불만으로 번져가는 것 같고 어느 순간 폭발할 듯해서 이리저리 둘려보다 무작정 들이밀어 보았다.


[전통주 제조하는 민박집 - 확대요]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집 앞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계셨다. 민박집을 구하는데 재워줄 수 있냐며 물었다. 난감해하시며 전통주 제조하는 곳이라며 말을 잠시 머금어시더니 안쓰려워 보였는지 숙박만은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며 인사 후 짐을 풀고 나니 이제서야 주위경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민박(전통주 제조가정)집에서 경호강을 낀 2층 경관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하늘엔 푸른 바다를 둘러싼 새하얀 양털구름이 끊임없이 맴돌며 오로라를 연상케 하고

[푸른바다와 양털구름]

소나무 숲 사이로 맑은 속살을 내미는 경호강이 한 눈에 들어서 힘들었던 과정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맑아지고 푸근해지는 것이 이런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2층 방에서 보이는 풍경]

오늘은 이 곳에서 잘 수 있음에 감사해하며 피곤한 다리를 쭉 펴고 등을 기대니 스르르 잠이 몰려든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잘 순 없기에 식사 후 산청읍 한 바퀴 돌아보고 샤워 후 자리에 누웠다. 하루의 노근함과 피곤함이 소박한 잠자리 하나에 만족해하며 풀린다. 누울 곳을 주심에 감사한 하루로 마무리 되는 것 같다.

[테이블 위에 핀 이름 모를 ..]

잠자기 전, 테이블 위 아담하게 자리잡은 이름 모를 들풀(?)에 시선이 빼앗겼다. 어디서 살다 꺽여서 여기까지 흘려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담한 그릇안에 뿌리내리고 자기 집인 양 살아가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어디에 있던 무슨 소용일까? 있는 그 자리를 빛내어 줄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아름다움일것인데 말이다.


그렇다. 지금은 떠나 있지만 내가 있는 그 곳이 나를 빛나게 해 줄 곳이고 나를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해 줄 곳이다.

떠나 보니 알겠다!
있는 그 곳에서 잘하자!


https://brunch.co.kr/@no1press/79 (출발하며)

https://brunch.co.kr/@no1press/80 (첫째 날)

https://brunch.co.kr/@no1press/81 (둘째 날)

https://brunch.co.kr/@no1press/83 (셋째 날-2박3일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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