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됐다.
달력은 계절의 경계를 건너섰다고 말하지만,
몸은 아직 그걸 믿지 못한다.
아침 공기가 조금 선선해졌다는 말,
햇살이 덜 뜨겁다는 말,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솔직히 아직 반팔이다.
긴팔을 꺼내기엔,
점심의 열기가 너무 확실하다.
출근길엔 바람이 약간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바람이 가을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아직 부족하다.
그저 여름이 잠시 숨 고르고 있는 것 같달까.
누군가는 “가을이 벌써 왔다”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단정 짓고 싶지 않다.
계절도 감정처럼,
단계 없이 툭 바뀌는 법은 없으니까.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사이,
그 애매한 시간을 걷고 있다.
아직은 아이스크림이 맛있고,
선풍기도 종종 돌아간다.
그 와중에 하늘은 조금 더 높아졌고,
그림자는 하루가 다르게 길어진다.
어쩌면 이 시기는
어느 계절보다도 솔직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선선함과 더위가 공존하고,
설렘과 지침이 겹쳐진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는 오늘도 일상을 걷는다.
가을이 온다 말하기엔,
아직 조금은 이른 하루.
그래서 더 느긋하게, 더 천천히
그 계절을 맞이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