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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Jan 19. 2022

눈꽃

 눈이 내린다.


서울은 적이 쳐들어 오는 교회 종소리처럼 요란하게 눈 소식을  알렸다.

제일 먼저 요란 떤 것은 음악방송 작가들이다. 오랜만에 눈을 보니 반갑고 흥분해서 살려야 했겠지.


 시골은 이제야 눈이 내린다. 그나마 눈을 맞아 다행이다.


 마당에 하나 남은 감나무엔 사각사각 눈꽃이 핀다.

일하다 말고 창밖에 시선이 꽂혔다.

아직도 초록을 고집하는 캔터키 블루 글라스 잔디 위로 하양이 초록을 지운다.

우리 집 강아지는 눈을 먹으려 마당에서 깡충깡충 뛰며 뚱뚱한 몸으로 날아다닌다.


밤마다 우는 옆집 삽살개는 묶여 있느라 눈이 살갑지 않을게다.


왜 비가 오면 슬프고 눈이 오면 즐거울까?

눈이 녹을때 좀 지저분해도 나는 그저 눈이  좋다.


물끄러미 눈을 바라보다 그만 눈에 눈물이 고였다.

평소 같지 않게  왜 슬프지?


복잡한 대기의 순환을 통해 태어난 저 눈도 하늘에서 땅에 떨어질 그때까지 만이다.


우리도 그런다.


수줍게 마주한 부모님의 첫날밤, 우리 복잡하게 태어났지만

눈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닿을 그때까지 만이다.


살아갈  시간은 별로 없는데

미워하고 원망하다 벌써 발이 땅에 닿다.


운이 좋아 조금 더  눈 밭에 남으면 떨어지는 시간보다야 길겠지만 고작 하루 이틀 뒤  녹아 그곳을 떠난다.


우리도 우리를 사랑한 몇 안 되는 사람들 마음 눈밭 기억으로 잠시 머물겠지만

그도 세월이 흐르면 곧 잊힐 게다.


우리는 눈처럼 내리고 눈꽃으로 잠시 피다 금방 녹아, 영영 이 땅을  떠나고 말겠지.


가만있자 시간이 없다.

땅에 발이 닿기 전 까치발로 뭐라도 해야지...



  

 https://youtu.be/dZxvOYx2S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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