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수

by 강노아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애정하는 금강자전거길을 달리는 영상이 있기에 들여다보게 되었다.

바이커가 군산에 버스를 타고 도착한다. 금강하구둑에서 시작해 대청댐으로 가는듯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들 요즘 하는 그렇고 그런 복장에 카메라포함 최신장비를 갖추었다. 흔한 대사를 읊어가며 자전거를 탄다. 나에겐 익숙한 길을 그가 타고 있노라니 내가 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드디어 그는 익산 성당포구에 도착해 인증도장을 찍고 식당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아뿔사!, 목소리보다 훨씬 늙은 젊은 노인이 등장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서 구독자가 없는 걸까? 그래서 젊은애들 흉내 내는 어색함이 느껴졌을까?


뭘 하긴 하는데, 남들 따라 하는데, 전 국민이 방송국 하나씩 가지고, 글만 깨우치면 너도 나도 작가인데,


혹시 우리는 하수가 아닐까...


친구는 학창 시절 늘 내가 부럽다고 말했다.


" 적당한 키에 하얀 얼굴, 운동 잘하지, 공부 잘하지, 노래 잘하지, 말도 잘하지, 난 음치에다 몸도 뻣뻣해서 거시기하고 암튼 넌 좋겠다."


그가 비행기를 태우면 난 못 이기는 척 올라탔다. 정말 그랬다. 최고는 아니라도 항상 상류에 사는 고수.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을 나온 건지 보다 나은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한 건지 구분은 안 가지만 그럴듯한 일을 하면서 항상 전문가라 자부했고 그만큼 내분야에서 노력하며 인정도 받았다. 나는 고수라고 생각했다.


이즈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가질 나이가 되자, 시간을 조련하며 내 시간만큼은 삶에서 가장 고상한 순간으로 바꿔 살려는 간절한 심정이라 몇 번의 건강 위기도 넘기고 나름대로 자기를 돌아보고 더 깊게 하는 순간이 많아 나는 삶의 고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젊은 노인이 자전거 타며 그럴싸하게 요즘 아이들을 흉내 내고 똑같이 따라 하는 어색한 영상을 마주하며 섬뜩함을 느끼곤 하루종일 그 스산함에 젖어있었다.


고뇌 끝에 결국 부인하고 싶은 진실을 만났다.


세상이란 무대에서 나는 하수였구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직 나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