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Apr 08. 2024

카페 별산대

오늘 읽은 책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화수업을 함께 한 선생님을 만났다.

이곳이 처음인 나를 위해 좋은 곳에 데려가 밥을 먹이고, 카페를 데리고 가주셨다. 

길 잃은 어린양처럼 총총거리며 따라가 그곳은 커피도 맛나고, 예쁜 것이 많은 뷰 맛집이었다.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한 나를 탓하며.)



인적이 드문 곳일까?

이곳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이었다. 

그냥 차를 끌고 나온 곳이 유명한 무형문화재인 양산별산대놀이로 유명한 곳이었고, 양주순교성지가 옆에 있었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작은 화분.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탕약처럼만 보이는 커피가 화분 앞에 놓여 있으니 또 다른 작품으로 보인다.



평일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카페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던 예스러운 장식품들이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과 여름방학 동안 다녀왔던 안동하회마을이 생각나기도 했다.


겨울이면, 한 겨울이면 이 장작들도 다 사라지겠지. 

그리고 이 카페 밖으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겠지. 



별관처럼 이어지는 곳에 테이블이 있었다. 

이곳은 좀 더 조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사람들이 다 이곳으로 온다.

핫플레이스인가.





오늘은 읽은 책은 조승리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책이다. 

저자의 프로필에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라고 쓰여 있다. 흔하지 않은 한 줄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건 불과 한 달 전, 아니 일주일 전쯤 되겠다. 

쉽지 않아 보이는 삶이었지만 책 속에 담긴 글들을 보면 여느 MZ세대들과 다르지 않게 통통 튀고, 발랄하고 지겹게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말했다. 한 법조인의 딸의 SNS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참 징하게 돌아다니네." 

이 말은 비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자신은 그렇게 다니지 못함을 한탄함과 동시에 부러움을 가득 담은 말이었다. 더 돌아다녀달라. 눈이라도 호강하게.


따듯한 타월을 건네거나 필요한 게 있는 지를 물을 때 항상 내 손등에 자기 손을 살며시 올려놓고 말을 했다. 손의 언어를 통해 나는 그녀의 진심을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p49


본인이 알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책에는 마사지사로 일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는 특히 15분 거리를 일요일마다 걸어오는 노부인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던 배우자를 먼저 하늘로 보낸 후 집밖으로 나오는 게 점점 힘들어지자 용기를 내어 찾아오는 곳이 저자가 일하는 곳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마사지사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손님의 대화는 가히 유머가 넘친다. 죽이 잘 맞다는 표현이 제대로 어울리는 둘이다. 


10분 거리를 3시간에 걸쳐 가야 하는 것, 그것이 앞못보는 장애인의 삶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다. p185


한숨 빼고 쓴 글 같은데 나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우리가 쉽게 가는 길을 작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걸었고, 또 체념했다. 

저자는 똑같이 고민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상황에 어떠하든 주눅 들지 않고 말하는 모습이 상상되어서 어떨 땐 사이다를 날렸구나 싶을 정도로 속 시원한 적도 있다. 

한 번 만나고 싶을 정도로.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p203


나도 함께 걸어보고 싶다. 

지금의 나와 다른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해 보련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노란 냥이.

아니다. 하얀 냥이일까?

중앙선과 방지턱의 색깔 때문에 냥이가 보이질 않는다.

카멜레온처럼 털 색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보호색처럼 냥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기냥이는 중앙선을 따라 토도독 톡톡 걷다가 인도로 뛰어갔다. 어쩜, 딱 그곳에 있었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전 18화 브런치카페 37.5 광진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