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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y 13. 2024

Levee milk

케이크 손 - 단요

파주 야당에 위치한 르뷔밀크 카페.

동화구연 활동을 했던 선생님과 만나기로 해 저녁을 먹고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처럼 굉장히 깔끔하다.

밤 10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해 부랴부랴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페다.

깔끔하고 환하고 테이블이 의자보다 많이 높은 그런 곳.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더 좋았다.



사장님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렸다.

벌꿀을 직접 볼 수가 있었는데 달콤한 진득함이 눈을 호강시켰다.

빵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배가 부른 탓에 따뜻한 라테로 그 분위기를 달랬다.



이번에 읽으려고 가지고 간 책은 단요의 [케이크 손].

첫째가 이 작가의 책 [다이브]를 읽고 재밌다고 하여 추천해 줬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는 다시 작가파기로 돌입.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폭력적이다. 예쁘고 아담한 책표지를 보면 전혀 예측이 안 되는 내용이었다. 

중학생들은 어떤 사고를 지니고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가 나를 조정한다. 

나는 그 친구의 명령에 따라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한다. 


기억은 이름과, 이름은 존재와 맞닿아 있다. 퇴적된 시간을 벗겨내면 무엇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궁금하지만 아직 알고 싶지 않다. p10


잔잔히 흐르는 소설일 줄만 알았던 나를 비웃듯 소설은 날카롭다. 

여중생이 30대 남자의 집에 들어가 과외를 한다. 

그 남자는 사촌형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며 의지를 하고 있다. 

무엇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이 책의 장르가 소설이었음을 환기시킨다.


나는 이따금 자기 삶을 온전히 챙기지 못한 사람들의 존재를 짐작하면서, 그들이 방에 가둬두는 개들의 존재를 귀에 담으면서,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다루듯 개를 대한다고 느꼈다.  p37


반려동물이라면서 옆에 끼고 쓰다듬어주지만 병이 들거나 늙으면 버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산책은커녕 방에 가둬두고 먹이를 제대로 주면 다행이다.

이런 간단한 문장 속에 현실이 담겨 있어 읽으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가끔 현실이 더 소설 같을 때가 있다. 이 소설 속 화자의 엄마는 업소에서 일을 하고 아빠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직업을 듣고 놀라는 선생님들과 패드립을 서슴없이 하는 반 아이들을 보며 현실은 더 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때때로 무해하고 다정한 환대를 말하는 책들이 우리를 우아하게 모욕한다고 느꼈다. 우리를 매대에 올릴 만한 상품으로 소모시켜 버린다고 느꼈다. 이 정도의 누추함은 감당할 수 있다는 오만을 판매하는 것이다. p92


바닥을 치던 성적이 갑자기 오르자, 몸을 팔아 과외를 한다는 소문이 퍼진다. 정말 악질적인 소문이 아닐 수 없다. 만연하게 드러나는 왕따, 학교폭력의 모습들이 실제는 얼마나 더 할지 겁이 난다. 

철저히 가해자가 주인공인 이 소설을 현실에서 볼 수 없기를 기대해 본다. 


달콤한 커피와 함께 한 책 치고는 많이 무거웠다.

이런 불균형도 한 번쯤 겪으니 지루한 일상에 새로움을 준다. 

"때때로 무해하고 다정한" 소설책을 읽는 것이 고요함 속 파도가 일렁이는 하루를 보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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