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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y 20. 2024

병원 내 카페

인버스 - 단요

같은 살고 있는 사람의 건강검진을 위해 함께 병원에 들렀다. 수면내시경을 하면 운전을 못하므로, 운전기사의 역할을 위해 함께 했다. 검진을 받으러 올라가고 나는 홀로 병원 내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기로. 

영수증에는 유로스타커피라고 쓰여 있으나 또 카페 내부의 이름은 다른 것 같다. 

이번 회차에서는 병원명을 싣지 않기로 했다. 거의 모든 종합병원 내부에 있는 카페는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커피의 맛은 다 거기서 거기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달 부모님을 모시고 갔었던 서울의 큰 대학병원은 내부에 카페들이 많았다. 그곳의 카페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 번 싣고 싶다. 


커피를 받아 들고 앉아 있으려니 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오고 간다. 

병원에 입원한 아내.

그 아내를 잠깐 만나러 온 남편.

아픈 몸을 이끌고 링거를 꽂은 채 몸을 옮기면서도 남편에게 밥 잘 챙갸먹으라고 한다.

아프지 않은 게 제일 좋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환은 뿌리칠 수 없다. 




이곳에 있다 보면 반면교사의 장임을 깨닫는다.


큰 소리로 대화를 하는 중년 남녀를 보며 공중장소에서는 목소릴 줄이며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한다.

다리를 쉴 새 없이 떠는 아저씨를 보며 내 다리를 다잡는다.

휠체어를 타고 나가는 환자들을 보며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조용히 대화를 하던 사람들이 전화벨이 크게 울리자 받는다. 통화를 하는 이의 목소리는 작은데 그 너머로 들려오는 상담원의 목소리가 크다. 전화받을 때 통화음을 줄이기로 했다.


반성하며, 자세를 다시 다듬고, 책을 펼쳤다. 




병원에서 금융 관련 소설을 읽으니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픈 사람들에 오가는 공간에서 주식투자에 대한 그것도 소설을 읽자니 괜스레 미안해지는 건 왜일까?


인버스가 무슨 뜻일까 했는데 주식용어다

주식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수익을 얻는 펀드를 인버스 펀드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남들은 손해를 볼 때 이익을 얻는 것.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소설은 친절하다. 이미 독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절하게 용어가 무슨 의미를 뜻하는 것인지 괄호 안에 서술하고 있다. 


한 주 한 주 사모으고 조금이라도 오르면 (화살표가 빨간색으로 바뀌면) 팔고 다시 또 파란 애들을 샀다가 조금 오르면 팔고를 한 지 2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차트를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나름의 방법으로 조금 벌고 있다. 정말 미세하게.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현재 대학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적당해 대학생은 아니고 고졸인 백수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여러 번 집이 망한 것을 봤고 딱히 대학생활에 흥미를 얻지도 못한다. 이것저것 투자를 하고 선동을 하다 학교에서 잘렸다. 이에게 '정운채'라는 사람이 나타나 큰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빌려준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재능이라 파멸이 이미 왔는데도
파멸을 유예시키는 사람은 숭배를 받았다. 


능력이라면 능력. 

블로그에 투자에 관련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단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 

실제로 투자를 해 많은 이득을 보고 쫄딱 망해 다 잃기도 한다. 그 멘털이 부럽고 배우고 싶었다. 


배경은 코로나19 때고 소설이 나온 것은 2022년. 코로나가 종식될 무렵이다. 

굉장히 오래전 일인 것 같다. 확진자번호와 동선을 언론에 공개를 했다. 그 사람들의 인권은 개나 줘버렸던 그때. 정말 아주 오래된 일 같다. 


이 소설에 나오는 용어들을 검색을 해보다 커뮤니티를 하나 알게 되어서 검색해 보았다. 지어낸 이름이 아닐까 했는데 진짜 존재하는 사이트였다. 

https://kr.investing.com/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고 한 번씩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선물거래는 수익이 크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소설의 폐해일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작가는 이 둘을 비교해 둔 듯하다.


선물 거래와 다른 도박의 차이점을 짚으라면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규모에서 온다고 본다. p94


도박과 비교하다니.

역시 나 같은 새가슴은 쳐다보지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여대생과 사업가와의 만남은 부정적으로 볼 견해가 많다. 하지만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 정운채라는 인물은 키다리아저씨와 마찬가지다. 이 아저씨의 집으로 가는 길은 자신의 생활반경의 있는 모습들과 사뭇 다르다. 


여기에 발을 들이면 내가 알던 세상이 땟자국을 벗어던진 느낌이 들었다. 이곳의 도로에는 껌 자국과 갈라짐이 없다. 잘못 짜 맞추서 어긋난 블록이 없다. 말라죽은 조경수가 없다. 물때도 얼룩덜룩한 벽담장이 없다. 세월 묻은 적갈색 벽돌이 없다. 골목길이 없고 골목길에 차를 댄 사람이 없다. p116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묘사한 것 같다. 그럼, 나도 꽤 잘 살고 있는 것이었나? 중산층이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신도시 중에서도 구도심이 아닌 새로운 주상복합들이 올라오고 있는 곳으로 가면 더 '삐까뻔쩍'한 묘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8천만 원을 벌게 되어도 1억을 만들기 위해 두다가 엄마에게 다시 손을 벌린다. 엄마의 심정은 어떨까? 결혼 내내 남편의 사업자금을 대기 위해 명의를 빌려주고 대출을 했다. 이젠 딸마저 그 절차를 밟으려 한다. 지친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사실 여기에 이 소설의 내용을 적었다. 

쓰고 보니 스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읽으려고 구입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웠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돈'이란 묘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도대체 이게 뭐길래 사람들은 열광을 할까? 무섭기도 하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허구일 텐데. 

금융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릴러를 한 편 읽은 듯한 느낌이다.

조마조마한 기분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꼈다. 


지나친 투자, 도박 같은 투자는 병원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는 건.

역시 나는 새가슴이라 그럴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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