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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05. 2024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인천  동양가배관


인천의 유일한 헌책방 거리인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다녀왔다. 

마침 무슨 행사가 있어서 간 것이었는데 보수동을 생각하고 갔던 나는 작은 규모에 실망하기보다 이 책방거리가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사라지는 헌책방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출판사의 매출이 30%는 더 늘었다고 하니 책을 좀 더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어릴 적, 헌책방에 대한 추억은 참 귀하다. 

엄마는 첫 영어사전을 헌책방에서 사주셨다. 

사전이 있어야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딸의 말을 듣고 무작정 데려간 곳은 시내 헌책방 거리였다. 

그때만 해도 그 거리에는 책방들이 죽 늘어서있었다. 워낙 책도 많아 그중에서 책을 고르는 것이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컬러 그림이 있고 글씨가 너무 작지 않은, 그리고 너무 두껍지 않은 영어사전을 골랐다. 

겉표지가 벗겨지고 속표지가 파란색이었다. 

몇 천 원 하던 그 사전이 너무 좋아 잘 때도 머리밭에 두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중학교 3년을 내 곁에 있던 사전은 이사를 하면서 사라졌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좀 더 두껍고 글씨가 작은 사전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쓰다가 취업을 하고는 전자사전을 구입했다. 


헌책방에서 시작된 사전의 만남. 

지금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고 더 이상 사전의 수요가 없을 줄 알았지만 나는 샀다. 

콜린스 영영사전을 샀고, 엘리트 영한소사전을 샀다. 

그리고 서평 쓰고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국어사전을 샀다. 

그 국어사전은 내 책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책장을 지키고 있다.



행사가 있던 주간이어서 그런지 서점 2층에는 각종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서점을 다 둘러보았다. 

박경리 서점이라는 전시도 있어서 한 동안 둘러봤다. 

박경리 작가의 각종 물품까지 전시되어 있어 글 쓰는 이들이 오면 참 반갑겠다 생각을 했다. 

(물론, 하동 토지문학관, 원주 박경리문학관에 더 많은 자료가 있겠지만.)




헌책방 거리를 돌아보고 들어간 카페는 <동양가배관 : 东洋咖啡馆>이란 곳이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1층이나 2층에서 마시면 된다. 

1층에는 굿즈들도 판매 중이었는데 다이어리가 있어 구입했다. 이미 지난 2022년 다이어리였지만, 정가대로 모두 주고 샀지만 예쁘더이다. 그래서 만족한다.





계단을 더 올라가니 서재로 꾸며진 곳이 나왔다. 

누구의 서재일까?

넓지 않은 공간에 오로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과 책상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서재의 모습. 



나중에 서재가 생기면 이렇게 꾸며보겠다고 생각하며 한 번 더 둘러보고 내려왔다. 




헌책방 중 <아벨서점>이라는 책방에서 구입했다. 

이 책은 시중 새책방에서 팔지 않아 지정된 헌책방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멋져서 더 마음에 든 이오덕 선생님의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이다. 



반갑게도 이 표지의 제목의 글씨를 쓴 사람은 이철수 판화가였다.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거의 여백이 없고 작은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쓸데없는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롯이 좋은 내용의 글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그 어린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린이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행복을 바라는 교사와 부모님들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참된 꿈을 줄 수 있는 얘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p54


어린이를 팔면서 어른들이 읽는 문학을 흉내 낸다는 작가의 말은 차갑기 그지없다. 그만큼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아이들이 읽을 동화지만 그것을 구입해서 건네주는 것은 부모요, 교사요, 어른이기 때문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아이들이 진정 어떤 동화를 원하는지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책은 예전 논문에서 보았단 분류로 동화를 구분했다. 

나이로는 유아동화(초1까지), 유년동화(초2~초4), 소년소녀동화(초5~)로 구분했다. 

장르별로 공상동화와 생활동화로 구분했는데 우리가 요즘 읽고 있는 SF동화가 공상동화에 들어간다. 


철학이 있어야 동화를 쓸 수 있다. p64


어린이가 살아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 현실을 동화로 그려야 한다. 

그래서 다른 문학작품보다 동화에서 특히 주제가 중요하다. 


절실한 생각(주제)은 절실한 체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흐리멍덩한 생각은 체험의 바탕이 없는 데서 나오고, 머리로 억지로 만든 실제로 없는 얘기는 어설프고 재미없는 동화가 된다. p76


과거 표절이 있었던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요즘은 조금만 비슷한 플롯이나 구성으로 쓰인 작품이 나오면 수상에서 제외된다. 

윤리적으로 판단해서도, 법적으로도 표절은 작가로서의 품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어린이문학 작가들은 앞으로 어린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모든 사회 상황에 대해 그 뿌리를 살피고 걸림돌을 없애는 일에 서로 돕는 양심을 보여주어야 하며, 더욱이 교육을 맡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서로 돕는 체제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p133


부끄러움 없이 심사위원이 뽑았으니 내 작품은 옳다고 하기엔 이제 많은 신진작가들이 나오고 있고 표절을 하는 작가가 있다면 고개를 들고 나오면 안 될 것이다. 

특히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을 작품인데 거짓으로 자신의 작품이라 속이는 작가의 글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다. 



글씨가 워낙 작아 작은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실린 자료가 나오면 폰트는 더 작아진다.

노안이 와 힘들었지만 아래 사진의 책값을 보면 이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고마워진다.



책값도 고마운 작품. 

이 책과 더불어 [시정신 유희정신]이라는 책을 읽으라고 했는데 이 책은 전자책으로 이미 구입해서 읽었다. 

단순히 동화를 쓰는 것보다 좀 더 어린이를 이해하고 깊이 들여다보고 쓰는 게 좋을 듯하다. 


동화를 공부하시는 분들, 쓰시는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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