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카페 나인티플러스
요즘 공유오피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의 제휴된 모든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어서 한 지역을 정해 그곳의 핫스폿을 찍고 작업실을 다녀오고 있다. (백수의 좋은 점)
오늘은 '문학소매점'이라는 동네책방에 들를 겸 인천에서 작업을 했다.
수제비 한 그릇 먹고 작업을 했다.
이것저것 읽어야 할 것도 많고 써야 할 것도 많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왕복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도로에서 써버려서)
인천중구청 근처의 거리를 그냥 걸었다. 무작정.
혹시나 길을 잃을까 봐 걱정했으나 그냥 골목을 걷다 보니 박물관이 보이고 전시관이 보였다.
문학소매점에 들러 책을 한 권 구입하고 근처 카페로 갔다.
<카페 나인티플러스>
테이크아웃을 하면 500원 할인된다길래 하나 샀다.
커피를 내리는 향이 가득했다.
평일에 가본 차이나타운은 굉장히 조용한 편이었다.
이곳 역시.
인천에서 보낸 하루는 굉장히 길었다.
아이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읽은 책은, 아니 오늘 구입한 책은 성석제 작가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이라는 책이다.
책방지기 분이 굉장히 옛날 책들만 산다고 했다. ㅋㅋ
책방에 가면 작가위주로 책을 구입하는 편인데 신간들은 언제든 구입할 수 있지만 지난 책들은 중고서점이 아니면 (인기가 많지 않은 경우) 잘 볼 수가 없다.
성석제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깔끔해서 좋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책을 거의 다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 책은 처음 본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얇다. 정말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다.
그 일이 일어난 건 내 탓이 아냐. 그건 확실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우연이야. 아니 누군가의 실수지. 내 실수는 아니라구. p008
아버지의 친구가 담임 선생님. 둘 다 '나'에게 친구의 아들이라고 봐주지 않으니 잘하라고 한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
바람을 그릴 수 있을까? 바람은 보이지 않아서 그릴 수 없어. 하지만 바람 때문에 휘어지는 나뭇가지, 바람에 뒤집히는 우산을 통해 바람을 표현할 수는 있어. 그런 일이 그림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하곤 해. p021
글은 보이지 않아도 쓸 수 있다. 단어로 표현하고 문장으로 흐름을 보여준다. 또 어쩌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갑자기 글이라는 게 영롱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산문시 같은 느낌이 든다.
워낙 작가의 묘사가 뛰어나서 그럴까?
대화로 이루어진 서술이 좋았다.
화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릴 적 이야기가 동화같기도 해서 좋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몽당연필처럼 짤막한 크레파스하고 이미 그린 그림이 있는 스케치북 뒷면으로 그림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어. p046
가난한 예술인이 뭔가를 이루면 더 빛나보이는 건 어려움을 이겨내서 그런 걸까?
염소를 팔아서 미술용품을 사다 주는 아버지를 둔 아이는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장원'을 해야만 미술용품을 받아 더 그림연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이 그림은 정말 화자인 백선규의 그림일까?
다 읽고 나면 조금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귀찮음, 배려 덕분에 누군가는 좌절을 맛볼 수도 있다.
1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은 또 내게 여운을 주었다.
동네책방에서 건진 귀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