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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an 14. 2024

까치야 까치야

감나무

까치 사진이 사진첩에 들어있었다. 

감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앙상한 나무를 보니 늦가을이었나 보다.


길을 걷다 보인 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감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아, 그래서 까치밥이라고 하는구나.

마지막 남은 하나.

감을 다 따고 일부러 하나 남긴 '그' 감.


까치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옆에서 먹는 걸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까치.

동료가 먹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바로 아래에 또 하나가 있는데 아직 못 본 거니?


까치 두 마리, 감 두 개.

무수히 뻗친 나뭇가지.

그리고 이 사진을 찍는 나.

거리엔 그 어떤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머리를 처박고 콕콕 찌르며 감을 먹는 동안 다른 까치는 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저 감을 다 먹고 나면 아래에 있는 감을 먹을까?

그리고 다 먹은 까치가 망을 봐줄까?

그래야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닐까? 아니, 작지상정(鹊之常情), 조지상정(鳥之常情) 이려나?

끝까지 보질 못했으나 까치가 배신을 하지 않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매번 가던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들르게 되었다.

미팅차 다녀온 곳 근처에 마침 도서관이 있었는데 어린이 자료실에서 보고픈 책이 있어 일부러 들렀다 왔다. 

처음 간 곳이라 목적지는 미로 같았다.



어린이 자료실로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많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공간을 잘 활용하면 지역 예술인들의 좋은 전시회장이 될 듯하다. 

가난한 작가들이 꽤 많다.

그리고 지원을 받으려면 서류가 어마무시해서 그냥 안 받고 말지 하는 이들도 많다.

도서관에서 뭔가를 전시를 한다는 것도 기획과 예산과 집행이 있어야겠지?

이렇게 그림, 사진들이 걸려있는 하얀 벽을 보니 참 보기가 좋았다.


1시간의 주차시간을 줘서 그 시간 동안 알차게 어린이 자료실을 훑었다.

도서관마다 색다른 배치, 환경.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책냄새가 좋다는 것.

이 날은 반가운 까치도 보고, 책도 보고, 그림도 봤던 날.

또 만나고 싶다.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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