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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Feb 13. 2024

떨어뜨린 부스러기

— 개새끼



그래도  여자는 "선생님그렇긴 합니다만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 얻어 먹지 않습니까?" 하고 사정하였다.

— 마르코복음 7장 28절(공동번역성서)



요즘은 다들 그러고 삽니다, 주님.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느냐고. 

그런데 복음대로 살면 

뭔가 더 나아져야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상 가장 우울한 나라랍니다. 

이 땅이, 선두이긴 하나 다른 나라라고 딱히 형편이 나아 보이지 않습니다. 

풍요 속에서 불안이 커지고 

자존도 공존도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하기야 번짓수 문제입니다. 

명의라기에 갔더니 병명도 모르더랍니다.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그거 빼고 다 물으니 

아는 게 없는 의사가, 

무늬만 의사가 만들어지지요. 


번짓수가 맞아야 합니다. 

나를 ‘쓰레기’, ‘개새끼’라고 하려면. 


복음의 몇몇 구절은 

예수와 그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쓴 생활어인 

‘아람어’를 고스란히 싣고 있습니다. 


성경 번역자들이 무슨 체면을 차리는 건지 

불가타본이든, 이후 어느 나라 번역본이든 

기껏해야 ‘개’나 ‘강아지’, ‘dog’이라고나 옮기고 있지만, 

원어는 ‘개새끼’입니다. 

동서고금 아무데서나 아무하고나 흘레붙는 개를 빗대어 

모욕하는 말. 개새끼. 


예수는 걸걸하게 

애들 먹일 빵을 개새끼에게 주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 내뱉고 

여인은 침착하게 

“그렇습니다, 선생님” 하고는 

“상 밑에 있는 개새끼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여기까지는 지독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은 여기 딱 맞습니다그려. 


그제서야 예수는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공동번역)고 말합니다. 

[돌아가시오. 바로 그 말 때문에 

당신 딸에게서 귀신이 떠나갔습니다.](200주년신약성서) 

[For saying this, you may go. The demon has gone out of your daughter.](New American Bible) 




이윽고 부인은 자기 집으로 물러가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귀신이 떠나간 것을 알았다.

(200주년신약성서) 


When the woman went home, she found the child lying in bed and the demon gone.(New American Bible)


이제야 ‘복음’ ‘기쁜 소식’이 됩니다. 


그러나 이 복음을 성찰 없이 흉내 내는 건 곤란합니다. 

번짓수가 틀리기 십상(十常)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쓰레기가 낫지 

쓰레기만도 못한, 쓸모없는 걸 넘어서 

치욕덩어리인 

개새끼로 

저를 가리키려면., 

그러고도 

생명과 존엄이 크려면 

상대가 맞는 상대여야 합니다. 

상대 나름으로 맞는 행동이 있다 이 말입니다. 

엇갈리면 즉, 

‘전부’가 아닌 자, 

[나나 너나] 같은 ‘일부’를 향해서 

[너에 대해 나인] 다른 ‘일부’가 비천하다 자처하면 

모두가 추락합니다. 


내려간 이만 아니라 

붙잡아 멈추지 않은[혹은 못한] 이도 

다함께 떨어져 내립니다. 


당신이 구세주를 만났습니까, 창조주를 만났습니까? 

지존을 영접했단 말입니까? 


같은 유한자에게 굴종하는 건 

전부를 타락시킵니다. 


우리의 병고는 

그래서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마땅하십시오. 

맞갖게 낮추고 

맞갖게 높이고 

맞갖게 서십시오. 


꿇어야 할 때 꿇고 

굳세게 서야 할 때 꿋꿋하십시오. 



나는 기꺼이 “개새끼”라 부르겠습니다. 

나를 얼마든지 그렇게 부르십시오. 

사실이기 때문에 

나는 존재의 부스러기 아니, 먼지조차 

스스로 낳지도 거두지도 못하니 

얻어 난 우연한 내게 그 말은 합당합니다. 


그러나 또한 나는 모두를 왕자로 여기겠습니다. 

임금의 핏줄로 대하겠습니다. 

당신을 이 지상 전부를 아우른 왕국의 

주권자(主權者)로 여길 터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헐뜯고 

짓누르는 

그 들린 마귀를 벗겨내면 

마땅히 그러할 터, 

침상에서 편히 쉴 터.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윽고는 언제! 


[For]와 [When]을 찾으세요. 


목적과 맞는 시절을 

찾아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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