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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Feb 06. 2024

보라-보았습니다

— 축성생활(Vita consacrata)





보라, 그가 온다.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말라키 예언서 3장 1절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루카복음 2장 30절**





보라 한 것을 보는 것은 

빼어난 능력? 

인고의 보상? 

수고의 열매?


남녀 수도자의 수도생활을, 

신을 향한 헌신, 세상을 버림. 

정확하게는 세상을 구하고 돌볼지언정 사랑할지언정 

세상 안에서도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천국의 방식으로 산다는 것이 

이 수도자들의 삶이다. 


그리고 이들의 생활양식, 생활을 

다른 말로 ‘봉헌 생활’ 그리고 ‘축성 생활’이라고 옮겼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동일한 것을 가리키는 두 말마디가 

어쩌면 이렇게 다르냐는 것. 


이는 그리스도교의 특징이 반영된 것인데 

이 고유한 사고방식은 

인간의 수고조차 그것이 선이라면 

신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을 믿는 일에 대하여 

“믿음을 주소서” 하고 기도하고

‘믿음의 은총’ 곧 은혜롭게 ‘믿게 해 주셨다’고 고백한다. 


이 의탁은 

기존의 방식, 남들의 방식, 온세상의 방식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모든 것의 무화(無化), 면제(免除), 열외(列外) 조치. 


옛적 ‘솟대’ 선 ‘소도’(蘇塗)에서 가능하던 일을 

그것을 고백하고 

그것을 서약하는 모든 이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속지법에서 속인법으로의 변경. 

구원과 깨달음에 대한. 


깨달음에서 신분, 계층을 뛰어넘고 

지식의 고저를 따지지 않고 

선사한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라면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구원받음, 해방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거저 주어졌으니, 기쁘게 누리라 

선포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축성생활은 아픈 것이다. 

공적으로 어느 조직과 제도에 의해 그런 생활을 하든지 

내적으로 자신을 그렇게 여기며 스스로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가든지 

어느 쪽이든 

현실을 초월한 원리를 품은 사람은 모두 그렇다. 


예수를 직접 낳아 기른 마리아는 

예리한 창에 가슴을 꿰뚫린 듯한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 예언은 실현됐다. — 

바로 그 순간, 앞으로의 일들이 확실한 그만큼 

‘들은’ 때로부터 이미 이 괴로움의 예언은 실현됐다. 

어리둥절한대도 별 수 없이 

결과인 고통이 먼저이고 

원인인 영광과 거기 대한 반발이 나중이다. 

본질에서 먼저였기 때문에 

시간축에서의 선후는 거기 딸린 것에 불과하다. 


당신이 무언가 좋은 것을 누린다면 

당신도 무언가를 바친다. 

만일 당신이 전부를 얻는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 전부를 바쳐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것은 

당신을 아프게 한다. 


그러므로 ‘보라’는 말 앞에 

가볍게 호기심으로 나서지 마라. 


당신이 보라는 말에 본다면, 

당신이 “보았습니다” 하는 말에는 

“당신의 영혼을 칼이 꿰뚫”고 있다는 고통, 

사람들의 “속생각이 드러”나 그것을 보는 곤혹 

이 양면에 대한 고백 또한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축성되기를 

축복되어 거룩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당신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무것도 아니지 않고 

당신이기를

그리하여 거룩하게 구별[성별, 聖別]되기를 기원한다. 

당신 자신이 

성지요, 성소요, 성시간, 성인, 성물이 되어 


다시 모두를 

거룩하게 봉헌하도록. 





*전례력상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제1독서 일부. 

**주님 봉헌 축일 복음 일부. 공동번역을 따름. 

200주년 신약성서는 “과연 제 눈으로 당신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새 성경 번역은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이다. 


이 구절은 아래 구절들로 이어진다. 


31 이는 친히 모든 백성 앞에 마련하신 것,

32 이방 민족들에게는 계시하는 빛이요,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로소이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겼다.

34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고 보시오. 이 아기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며 또 아기는 배척당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35 그래서 당신의 영혼을 칼이 꿰뚫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속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200주년 신약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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