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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Sep 17. 2019

당신의 목숨은 너무나도 저렴하다

300만 원이면 당신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작년에 꽤 큰 이슈가 있었다. 김포시에 있는 어린이집의 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비난을 받고, 심지어 해당 교사에 대한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퍼져 나가면서 이에 대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이 사건 하나뿐일까, 개인정보 유출은 한 해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이는 지극히 민감한 정보부터 간단한 정보까지 포함된다. 사고로 유출된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업체를 통해서 상대방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사적인 정보를 빼내는 행위는 너무 악의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를 통해 상대방의 사생활을 캐낼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예전부터 사람의 뒷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흥신소가, 요즘에는 시대에 걸맞게 ‘모바일 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들의 주고객은 부부, 커플, 직장 동료들이다. 바람이 의심되는 경우에 남편 또는 아내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추적하는 경우도 있고, 직장 상사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직장 상사의 괴롭힘에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분명 부부관계와 연인관계에도 상대방의 사생활 침해는 정말 심각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모바일 흥신소들이 굳이 이러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들까지 해킹하고 감청해서 의뢰인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간통법 폐지 이후 더욱 성업 중인 온라인 흥신소들

더 충격적인 것은 상대방의 사생활에 깊게 관여하고 침범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여러 기사에 따르면 상대방의 위치 정보를 포함하여, 카카오톡 메신저, 메시지,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가져오는데 100~300만 원 사이의 비용이 든다고 전해진다. 결국 당신이 감추고 싶은 지극히 사적인 당신의 모습도 고작 300만 원이면 매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칼럼의 제목이 극단적일 수 있고,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데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되어 공적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은 사회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이중적이고, 사적인 공간에서의 정체성과 공적인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옷을 입고, 때에 따라서 말의 톤과 언어를 바꾸며, 격식을 갖추고, 사회의 규범을 따르지 않나. 사적인 영역이 유출되는 것은 내가 여태까지 사회성을 위해서 갖춰놓은 모든 것들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더 이상 인간은 인간일 수 없고 그래서 결국 사생활이 침범당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사생활이 지금 모두 공개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아니, 당신은 그러한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 것이다. 그런데 고작 300만 원이면 당신에게 그러한 짐을 얹어줄 수 있다.


사생활의 중요성을 언제나 알고 있지만, 사생활의 가치가 저렴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필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익명의 누군가가 필자의 카카오톡을 해킹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필자의 평판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사건 이전과 이후 필자가 느끼는 감정과 정신 상태는 차원이 다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쳐다볼지 하루에도 수없이 불안하고 눈치가 보이며, 그러한 사실을 누군가가 알았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최근 프라이버시 중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표한 데이비드 차움

직접 겪어보면서 느꼈다.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단순히 자유주의 이념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과 직관된 문제이며, 이는 어떠한 경제적 가치로도 환산될 수 없다. 데이비드 차움과 같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블록체인 기반의 메신저를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고 본다. 물론 블록체인 그 자체는 프라이버시와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함께 가는 암호학과 암호화 기법은 앞으로 상당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거래 내역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기술들도 나오고 있지 않나.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s)과 같은 암호화 프로토콜을 비롯하여, Pedersen Commitments같이 데이터 일부분을 암호화하는 방법들도 있고, 모네로의 Ring Signature 처럼 키(key)서명에 대한 추측을 어렵게 하는 기술도 있다.


이는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수집과 접근 그리고 거래에 대해서도 소유자의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면 이러한 사례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주권이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써 살아가는데 어쩌면 단순히 토큰 따위의 경제적 동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privacy-is-ch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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