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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별 Nov 22. 2022

마주보기 II

photo by gilf007

<마주보기 II>

                          - 다별


내가 그냥 나였을 때

나의 꿈은 반짝였고

나의 열정은 눈부셨고

나의 욕망은 뜨거웠다


꿈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듯

열정 대신 냉정을 선택하고 현명한 척

욕망은 꾹꾹 밟아 심연으로 처박아놓은 채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이쯤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괜찮아지는 날은 오지 않았다

늙어가는 겉모습에

늙지 않은 속이 꽤나 거추장스럽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생살이 드러난 생채기를 차마 볼 수가 없다

호호 불어 약이라도 발라줘야 할 것 같은데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이걸 어쩌나

이것 때문에 못자라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두고 갈 수도 없는데

선뜻 안아줄 용기도 없다


내 옷에 피가 묻는 건 괜찮은데

안아주는 게 쓰라릴 것 같아

머뭇대다 돌아서고 또 머뭇대며 뒤돌아본다

어린 내가, 날 보고 서있다


눈으로 말을 하고 있다

가지 말고 한 번만 좀 봐달라고

와서 한 번만 꼬옥 안아달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미안해. 이만 가볼게

오늘은 뒤돌아보는 것까지만

내일 다시 올게.  보러

한 번 더 보고나면 혹시 아니


모레는 너를 안아줄 수 있을 지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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