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노엘 Sep 08. 2018

사랑이 궁금하다



연애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성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단점과 허점은 누군가와 사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낱낱이 드러난다.


나는 클로이가 제공하는 내 인격에 대한 통찰들 덕분에 성숙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사랑을 통해 내가 조급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변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그에게 전화가 올지 안 올지 안달복달하고 있지 않나, 그의 말 한마디, 작은 표정 변화에 따라 내 기분은 아래 위로 심하게 요동쳤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냉랭한 것이 명확한 어색한 분위기를, 생각보다 훨씬 못 참는다. 스스로 생각한 내 모습은 좀 더 진중하고 침착하며 상대방의 태도에 덜 휘둘리는 이미지였는데, 나는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나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사람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평범한 연애를 통해 다양한 철학적 고민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가 묘사하는 사랑의 시작, 초기 단계와 절정, 그리고 권태와 이별은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매 단계에 따른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꼬집어 낸다.


우리는 인간 감정의 고정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하루에 몇 번씩 기분이 변한다. 똑같은 일이라도 어떤 때는 그것이 재미있지만 어떤 날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뜨거워야 하고 설레기만 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매여 있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 무덤덤해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권태로워지기 시작한다. 대신, 말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만 봐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뜨거움이 엷어지는 대신 신뢰와 믿음은 더욱 탄탄해진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의 모습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해 혼자 한숨으로 지새우며 뒤척였던, 바보 같은 많은 밤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사는 방법을 알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사는 것도 자전거 타기나 피아노 연주하기처럼 하나의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삶이 혹독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는 방법을 미리 유전자에 새기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더욱 힘들다. 그러나 작가는 삶도 결국 자전거 타기와 같은 '기술'이라고 말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넘어지는 단계인가 보다. 사람 관계는 항상 어렵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가 가라앉으니. 욱 하는 성미를 못 이기고 고함을 질렀다가, 금세 왜 그랬을까 후회하며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진다. 작가의 말처럼 사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고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을까.


25살. 작가가 이 책을 쓴 나이다. 온통 실수 투성이었던 나의 25살을 되짚어 보니 얼굴이 더 화끈거린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지혜로워졌나.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 삶의 기술을 열심히 연마했나. 비장하게, 그러나 번번이 잊고 마는 결심. 매일매일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이전 10화 나의 밤(夜)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