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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노엘 Nov 29. 2018

에덴교회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하지만, 하나님이라니. 늘 막막했다. 언제나 나를 지키고 도우시는 분, 부모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시는 분, 한없이 나를 안아주시는 분. 그런데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실체가 없는 분. 이런 존재를 믿고 의지하라니. 



더더군다나,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학창 시절 내내 간절히 소망했던 시험에는 보란 듯이 떨어지고, 남자 친구에게는 보기 좋게 차이고, 집은 폭삭 망했다. 원하지도 않는 회사에 입사해 죽기보다 하기 싫은 출근을 하루도 빠짐없이 꾸역꾸역 하는데도 생활비며 빚 덕분에 통장 잔고는 늘 0원이었다. 텅 빈 통장을 바라보며 왜 사나 싶었다. 그리고, 언제나 늘 나를 지키신다는 하나님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하나님을 원망했다. 왜 내 허락도 없이 나를 만들었냐고. 나중에 천국에 보내주고 그곳에서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과 기쁨을 누린다고 해도 난 다 필요 없다고.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면서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고 싶지 않다고. 고통도 없고 행복도 없는 무(無)의 존재를 나는 선택했을 거라고. 왜 한 번이라도 나한테 세상에 나가 한 번 살아 볼래, 살아보지 않을래, 묻지도 않았냐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도 않고 왜 당신 마음대로 나를 만들어서 이렇게 힘든 삶을 살게 하는 거냐고. 



그러다 하와이 작은 에덴교회에서 뜻하지 않게 하나님을 만났다. 보이지도 않는 그분을.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사함을 받았느니라.
에베소서 1장 3~7절



내가 거룩하고 흠이 없는 존재라니. 이렇게나 엉망진창인데. 난 지금 진흙창 속에 있는데. 끈기 없고 무능한 실패자, 언제든 교체 가능한 회사의 부속품에 불과한 내가 창세 전부터 계획된 소중한 존재라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볼품없는 나지만, 나도 귀한 사람이구나.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하늘의 모든 복을 나에게 주신다니,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됐다. 어쩐지 그 뒤로는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됐다. 부족하게만 여겨졌던 내 전부를 조금씩 사랑하기 시작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 덕분에 누군가의 상처가 치유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털어놓아 글을 쓰고,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글을 읽어준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다. 그럼에도 이 글은 혹시나, 한 사람이라도, 이 글 덕분에 나처럼 위로를 받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쓴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욕망이 분노가 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갑기만 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하는 수 없이 하루를 견디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와이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에덴 교회를 한 번 방문해 보시길. 단 한 번 찾아온 여행객들에게도 아무런 계산 없이 진심 어린 축복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이 곳에 있다. 조건 없이 진심을 내보이고 상대방의 일을 가족처럼 걱정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왠지 얼굴만 봐도 마음이 놓이는 그림 같은 사람들이 이 곳에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 주시는, 수다쟁이 사모님도.


http://hawaiiedenchur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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