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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an 17. 2022

돈이 없는데 30억짜리 건물을 샀다고?

여유자금 없는 출판사가 앞집을 산 방법

앞집이 팔렸다. 앞집이 팔리고 나니 그 집을 판 부동산에서 와서 우리에게 집을 싸게 팔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우리 집은 진입로를 가지고 있는 안쪽 집이다. 부동산 말에 의하면 진입로가 좁아서 혼자는 개발하기 힘드니, 산다는 사람이 있을 때 빨리 팔고 나와야 한단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돈이 없어 비싸게는 못 산단다. 그러면서 제시한 격은 고작 근방 시세의 60% 정도. 현재 집은 1층, 2층, 옥탑까지 각각 거주를 할 수 있는 단독주택이다. 부모님은 1층에 사시며, 2층을 임대해주셨다. 하지만, 그 돈은 고작 부모님 살 아파트를 사면 끝나는 금액이었다. 퇴직하신지 한참 되신 부모님께 거의 유일하다 싶은 재산인데 그렇게 팔아 없애긴 그랬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앞집을 살 수 있었나?

게다가 어떻게 추가로 우리 집까지 살려고 마음을 먹었을까? 요즘처럼 대출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말이다.


알고 보니 구옥들의 경우에는 법인에서 구입시 기한 내 '철거'를 조건(멸실)으로 땅값의 80% 정도까지  빌려준다고 한다. 오래된 단독주택의 경우, 건물 가격은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치가 제로에 가깝다. 즉 사는 사람은 거의 토지 가격만 보고 구매하는 셈. 따라서 은행에서는 확실한 담보(토지)가 있으니 그걸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여차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토지를 압류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등기 이전된 지 1~2개월 안에 철거를 시작한다고 한다. 아마도 건물이 있으면, 세입자 권리 문제 등으로 골치 아프지만, 아무것도 없는 경우에는 빠르게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대출을 full로 받아서 건물을 사고 철거를 한 후에는 어떻게 할까?


바로, 그 다음에는 신축 관련 대출을 추가로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이미 토지 담보 대출이 잡혀있기 때문에 사실상 담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어떻게 건축해서 이자와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설계도와 계획서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토지가 담보를 잡혀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에서는 대출이 안 나오고 같은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개념으로 한다고 한다.


부모님 집 근처에 요즘 이처럼 오래된 단독주택을 철거하고 건물 신축하는 게 붐처럼 일고 있다. 실제로 어떤 집은 25억에 산 뒤 신축해서 2년 후에 45억에 팔았다고 했던가. 건축비에 이자를 제해도 2년 만에 몇 억을 번 셈이다.


건축하면 10년은 늙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차피 회사에서도 시달리긴 매한가지지니, 힘은 들어도몇 배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쁜 거 같지 않기도 하다.


심지어 투자금이 생각보다 적게 들고 대출이 많이 나오니,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배포(?) 배짱(?)만 있으면 해 볼 만한 것 같기도 하다.





사족.


어릴 적에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교 가고 대학교 졸업하면 대기업 취직하는 게 당연한 거고 잘 살고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서 보니 세상에 있는 많은 가능성들에 눈을 감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앞집 공사를 계기로 동생 친구랑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된 절친으 내가 고등학교 3년 내내 수학 과외를 해주기도 했던 아이다. 수학은 잘했는데 수능은 잘 못 봤는지 서울에 있는 그저 그런 4년제를 가서, 졸업 후 설렁설렁 있더니 공유 오피스를 창업해서 한참 운영했었다. 최근에는 공유오피스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는 요즘에 아버지 인테리어 사업하는 거 도우면서, 한편으로 땅 매입해서 연립 지으려고 한참 알아보고 있었다해서 조언을 구할 겸 만났던 것이다.

 

걔랑 얘기하다 보니 '이렇게 사는 인생도 있구나', '돈은 이렇게 해야 벌리는구나' 싶다. 평일 낮에 친구네 집에 올 수 있고, 아는 누나의 애들에게 5만 원씩 용돈 줄 수 있는 삶이라니. 주중,  떠있을 당연히 회사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참 세상을 좁게 보고 있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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