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시리즈 어제의 비도 내일의 해도
나의 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귀한 선물처럼 느낄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은 혼자 일 때다. 외로움에 혼자가 아니라 즐기는 홀로일 때다. 가족 친구 지인들이 무슨 인연으로 만났을까? 헤어지고 만나고 스치는 많은 만남 속에서 여전히 나의 곁에 있는 그들이 고맙다.
자신에게도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작정하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힘들었지만 잘 살아냈다고 스스로 다독일 때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스스로를 과대 평가 하지 말고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봐도 잘 살았고 스스로도 어디다 얘기해도 인정받을 만한 삶을 살았다면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을 위한 선물도 하지 않던가. 힘들고 지칠 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잘 살아왔던 자신 만의 시간이 있어 서서 아닐까 한다.
배은 망덕하지 않게 도움 주었던 사람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물질이던 마음이던 나를 잡아주었던 사람들 말이다. 말 한마디로 힘이 나게 했던 사람들 한국 사람의 힘은 밥이라며 맛있는 밥을 같이 먹었던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작가 박완서가 소설 토지를 탄생시킨 박경리에 대한 추모글은 언제 읽어도 콧등이 시큰하다. 아들의 죽음으로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고 있을 때 우격다짐으로 아귀아귀 먹게 한 따순밥과 배추 속댓국. 눈물범벅으로 먹었던 밥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마움을 잊고 산다면 사람도 아니라고 했던 추모글에 따뜻한 밥그릇이 식을까 양손으로 감싸는 마음이 느껴진다. 박완서의 좋은 글은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다시 왔다.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끈이다.
마음을 담은 선물에 마음이 콩 딱 거 린다. 친구가 생일 선물로 작은 스카프를 주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주고 싶지 않았겠나.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아마도 한참을 골랐을 것이다. 보이는 물건에 묻어 있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한다. 고마움은 보이는 이에게만 보이고 보자고 들면 많이 보인다. 불평보다 고마움을 표현하자고 들면 많다는 얘기다.
그리고 보니 어제의 비도 고맙고 오늘의 따가운 해도 고맙다.